30일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상 총선 준비를 위해서는 최소 1년 전부터 지역구를 다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임 실장이 출마 결심을 굳혔다면 늦어도 내년 봄에는 비서실장직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사실상 임 실장의 2020년 총선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시 최연소(만 34세)로 당선돼 국회에 첫 입성한 임 실장은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18대(낙선)와 19대(불출마), 20대(당내 경선 탈락)에서는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국회의원 배지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화려하게 재기해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으며 국정 경험을 쌓은 만큼 21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 정치권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그는 문재인 정권의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여권에서는 임 실장의 총선 출마 도전지로 서울 종로가 거론된다. 종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지역구로 역대 국회의장들의 경우 차기 총선에 나서지 않았다. 더욱이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이 큰 종로에서 임 실장이 야권의 거물들을 꺾고 승리할 경우 단숨에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임 실장의 통일부 장관 입각설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비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장관이 결코 사양할 자리가 아니다”라며 “남북 이슈가 산적한 만큼 통일부 장관 또는 대북 특사 활용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임 실장의 행보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최근 철원 화살머리고지 방문이 계기가 됐다. 임 실장은 17일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철원 남북공동 유해발굴 현장에 다녀온 뒤 청와대가 제작한 영상에서 직접 내레이션을 맡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서실장의 장관 대동’ ‘선글라스 부대 시찰’ 논란이 불거졌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청와대를 찾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보다 임 실장을 먼저 면담한 것도 외교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윤홍우·김현상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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