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이 최근 비공개 연설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덩샤오핑의 대외정책인 ‘도광양회’를 강조하며 시 주석의 ‘분발유위’에 일침을 가한 그의 연설은 과거를 빗대 현 정부를 풍자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장애인연합회(CDPF) 명예회장인 덩푸팡은 지난달 폐막한 제7차 CDPF 전국대회에서 “우리는 냉철한 마음으로 우리의 주제를 알아야 한다”며 “함부로 잘난 체하지 말고 함부로 스스로를 얕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적 불확실성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협력적이고 모두에게 유리한 국제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국내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는 것”이라고 현 정부에 성찰을 촉구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덩푸팡의 이 같은 발언이 공세적 대외정책을 펴며 권력 집중을 꾀하는 시 주석의 정책 방향에 맞서 대외개방과 정치 자유화, 시장경제, 사회적 관용 등을 강조했던 덩샤오핑 노선을 주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세계질서에 편입돼 조용히 힘을 길러야 한다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와 달리 ‘강국몽’을 추구하는 시 주석의 ‘분발유위(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많은 국민적 지지를 얻지만 미국의 경계심을 일으켜 무역전쟁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덩푸팡의 중국 내 위상을 고려할 때 그의 발언이 지니는 의미는 작지 않다. CDPF는 8,300만명의 중국 장애인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최근 5년 만에 열린 총회에는 시 주석 등 공산당 최고지도부가 전원 참석한 바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크리스토퍼 존슨 연구원은 “덩푸팡의 연설은 현 정책 방향에 의문을 던지고 토론을 장려했다는 점에서 민주화를 위한 노력으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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