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패소한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의 임원이 과거 주주총회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수용할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일본제철 전(前)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징용재판 지원모임)는 지난 2012년 개최된 신일철주금의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징용공(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소송에서) 진다면 지불할 것인가”라고 질문에 사쿠마 상무가 “법률은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며 배상금을 지불할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사쿠마 상무는 또한 “우리로서는 재판을 통해 정당성을 주장해 가겠다”면서 “만에 하나의 이야기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법률은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다만 저희로서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패소하지 않도록)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주들이 한국의 강제징용 소송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묻자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서 징용공 문제가 최종 해결됐고,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을 한 신일본제철과 별도의 회사인 만큼 배상 책임이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펴면서도 법원의 판결은 준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사쿠마 상무의 발언 내용은 ‘징용재판 지원모임’의 소식지인 ‘무지개 통신’에 그대로 기록돼 있다.
지원모임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임원이 한 발언은 개인의 생각이 아닌 회사가 미리 정한 공식 입장”이라며 “이후 신일철주금의 입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 집행 여부에는 일본 정부와 우익들의 압력이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신일철주금 입장에서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소송을 매듭짓고자 하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강제징용 소송 문제가 양국간 정치적인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신일철주금이 2012년과 같은 입장을 갖고 판결을 수용하며 배상에 나설지는 확실치 않다. 신일철주금은 30일 한국 대법원의 판결 이후 입장자료를 내고 “판결이 한일청구권 협정과 당사가 승소한 일본 법원의 확정판결에 반한다”고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판결 내용을 정밀히 조사하고 일본 정부의 대응 상황 등에 입각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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