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봉한 공상과학(SF) 영화 ‘인터스텔라’는 바이러스 증식에 따른 산소 부족으로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가 지구를 대체할 외계 행성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비밀리에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 후보지를 물색한 끝에 과학자들로 구성된 우주 탐사대를 파견한다. 탐사대가 토성 인근에서 다른 은하계로 통하는 웜홀을 통과해 처음 도착한 곳은 물로 뒤덮인 척박한 행성이었다.
행성은 항성 주위를 돌며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천체의 한 부류다. 태양계에는 모두 8개의 행성이 존재하지만 관심은 태양이 아닌 다른 항성의 주위를 도는 외계 행성에 맞춰져 있다.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었다. 스위스 제네바천문대 소속의 한 천체물리학자가 지구로부터 42광년 떨어진 페가수스자리 51번별 주위를 도는 행성을 찾아낸 것이다. 이로써 태양계 밖에도 행성이 있다는 사실이 최초로 증명됐고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 논란 끝에 행성의 기준을 바꾸기도 했다.
2015년에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갖춘 ‘쌍둥이 지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지구촌이 들썩였다. 나사가 발견한 ‘케플러-452b’는 백조자리 방향으로 약 1,40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행성으로 지구의 1.6배의 지름에 385일의 공전주기를 보여 지구와 흡사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생명체가 살 수 있을 만큼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영역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2016년 8월에는 유럽남방천문대(ESO) 천문학자들이 태양에서 4.24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한 ‘프록시마 b’ 행성의 표면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200㎞ 깊이로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지구로부터 20광년 떨어진 ‘글리제 581’은 물을 함유하고 있어 암석 성분의 ‘슈퍼 지구’로 불리며 영화나 뮤지컬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구형 행성’ 탐사용 우주망원경 케플러가 9년8개월의 활동을 마치고 마침내 은퇴했다는 소식이다.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름을 딴 케플러는 행성 2,662개와 초신성 61개를 발견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나사는 4월에 쏘아 올린 우주실험실 ‘테스’에 이어 2020년에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을 발사해 행성을 탐색할 예정이다.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 나선 인류의 오랜 여정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