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부터 혼자서 중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오수경(40·가명)씨는 낮에는 공공기관에서 임시직 근로자로 일하고 밤에는 편의점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한다. 이렇게 ‘투잡’을 하는 오씨가 수중에 거머쥐는 돈은 한 달에 180만원 정도. 한창 커가는 아들을 교육시키고 함께 생활하기에는 빠듯한 수입이라 늘 쪼들린다.
전업주부로 있다 올해 초 남편과 헤어진 최윤진(45·가명)씨는 이혼 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식당·편의점·약국 등을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혼 후 홀로 딸을 키우면서 생활이 어려워진 최씨는 최근 은행에서 생활자금으로 돈을 빌리려 했지만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보증금 원조 확대, 주거 안정 유도
어린이집 연장·자녀 돌봄 강화 등
체계적 지원땐 자립 가능성 높아
건강검진·의료상담 서비스도 절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2,016만8,000가구 중 한부모가정은 212만7,000가구다. 열 가구 중 한 가구가 한부모가정이다. 한부모가정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절반 가까이가 경제적 궁핍을 겪는 저소득층으로 남아 있다. 한부모가정은 체계적인 지원을 받으면 다른 취약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립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실시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한부모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19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39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부모가정의 가장은 외벌이를 하다 보니 소득이 낮을 수밖에 없고, 특히 취업이나 대출 등에서도 차별받기 일쑤다. 취업 면접에서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데 업무에 집중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식의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이병철 차별없는가정을위한시민연합 대표는 “노동·가사 분담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고 돈도 벌어야 하는 한부모가정 가장의 자립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공부방·어린이집에서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주고 취업 시 가산점 등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한부모가정의 자립을 돕기 위해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부모가족의 아동양육비로 현재 만 14세 미만 월 13만원인 지원금을 내년에는 만 18세 미만 월 2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한부모가족의 생활설계와 직업교육도 강화한다.
정부가 이처럼 한부모가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자립을 돕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5년부터 싱글맘이 된 양모(36)씨는 “아이가 성장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양육비 지원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보호자가 양육을 해야 하니 만 24세까지는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부모가정의 주거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부모가정의 주거 형태를 보면 자가는 21.2%에 불과하고 49.0%가 전월세를 산다. 무상으로 가족·친지 집에 얹혀사는 가정도 15.2%나 된다. 정부는 이들에게 임대주택 1순위 신청자격을 주고 전세임대 즉시지원제도를 통해 수도권 거주자 기준 9,000만원까지 전세보증금을 지원해주지만 현재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집값을 고려할 때 9,000만원을 보태 제대로 된 전셋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 밖에 한부모가정 가장의 질병 발생 시 미치료율이 21.7%에 달할 정도로 의료 서비스 이용도 낮은 수준이어서 건강검진·상담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
한부모가정에 대한 감세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부 공제’가 있는 일본의 경우 최근 그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시행하는 과부 공제란 사별·이혼 등으로 한부모가정이 된 가구에 대해 주민세와 소득세를 대폭 깎아주는 제도다. 일본 정부는 이혼·사별로 인한 한부모가정에만 감세를 적용해왔지만 앞으로는 혼인경력 유무에 관계없이 비혼(非婚) 한부모가정도 감세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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