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중국 경기가 강한 하방 압력을 받는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의를 열고 “현재 경제운영이 안정적인 가운데 변화를 맞고 있다”며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고 일부 기업들의 경영상 어려움이 크다”고 공식 언급했다. 정치국은 이어 “장기적으로 누적된 리스크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를 매우 중요시하며 예측성을 강화해 적절한 대책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국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를 포함한 25명의 정치국원이 참여하는 중공의 핵심 지도부다.
중국 지도부가 경기둔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국은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8월 회의에서는 “일련의 새로운 문제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만 언급하며 무역전쟁의 타격을 애써 부인했지만 금융시장 불안에 이어 실물경기 둔화가 가시화하자 지도부의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6.5%에 그쳤으며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로 떨어져 경기둔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젠강 JD파이낸스 수석연구원은 “정치국은 이번 (회의에서) 더 이상 중국 경제를 ‘안정적이고 좋은 모멘텀을 가졌다’고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진한 경제지표가 잇따르는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서 정치국이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 향후 ‘안정 속 발전’이라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하자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회의에서 정치국은 적극적 재정정책과 안정적 통화정책을 통해 질적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자본시장 개혁을 둘러싼 제도 건설을 강화해 시장의 활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무역전쟁과 경기둔화 우려 속에 최근 1달러당 7위안을 위협하며 약세를 보여온 위안화 가치는 이날 롤러코스터를 탔다. 위안화 환율은 이날 역외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6.9804위안을 기록했으나 오후 들어 한때 6.9372위안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나친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할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앞서 이날 오전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장 대비 0.03% 올린 6.9670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2008년 5월 이후 최저치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중국 당국이 심한 개입을 자제한다면 향후 6개월 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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