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재로 불에 취약한 구조가 드러난 대구 중구 번개시장이 점포 철거를 둘러싼 상인 간 분쟁 등으로 시설현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중구와 번개시장 상인 등에 따르면 1960∼70년대부터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소규모 건물 8개 동이 서로 붙어있는 중심상가 안팎으로 일반점포와 외향점포, 노점 330여 곳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 가운데 중심상가 건물 북쪽 외벽과 구청 소유 도로 일부가 맞닿아 있는 곳에 있는 외향점포는 20∼30곳이다.
각종 점포가 밀집한 이곳은 불이 날 경우 자칫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소방시설은 소화기와 수동 경보시설이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몇 년 동안 중심상가 인근 외향점포 측 상인들은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소방시설인 스프링클러와 아케이드 등을 설치하기 위해 관할인 중구에 시설현대화를 신청했지만, 매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건물주 측과 외향점포 상인 일부가 점포 철거 여부를 두고 오랜 기간 마찰을 빚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한 탓이다.
중구 측은 “번개시장 상인회는 이해관계에 따라 2곳으로 갈려진 상황”이라며 “상인들 사이에서도 시설현대화 사업 추진에 대한 의견이 갈려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심상가 건물 소유주 측은 2016년 4월 외향점포 상인과 중구를 상대로 건물 철거 및 퇴거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6월 1심 판결에서 패하자 항소한 상황이다.
이에 상가 건물주 측은 “일부 외향점포가 사유지를 점거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외향점포 상인 측 관계자는 “점포 임대료 문제로 건물 소유주 측과 촉발된 갈등이 점포 소유권 분쟁으로까지 번졌다”며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구는 최근까지 수차례 중재에 나섰지만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중구 관계자는 “양측간 대립이 첨예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소송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와 갈등이 봉합될 때까지는 시설현대화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오전 1시 58분께 번개시장에서 불이 나 2시간여 만에 진화됐지만, 농협 공판장 안팎 점포와 노점 16곳이 탔다. 새벽 시간대 시장 동편 농협 공판장 부근에서 시작한 불이 자칫 시장 안쪽으로 번졌다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목격자 조사 등으로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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