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메가트렌드’를 통해 “세계는 산업 사화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할 것이고, 세계화의 심화와 이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며, 대의민주주의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며, 산업 요충지의 변동과 그에 따른 지역 불균형 역시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던 그의 이 같은 전망의 시간이 흐를수록 매우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메가트렌드’ 이후에도 나이스비트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물이 ‘미래의 단서’라는 책으로 집약돼 출간됐다.
‘미래의 단서’에서 나이스비트는 현재를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세계관이 변화한 르네상스에 버금가는 대변혁의 시기라고 진단했다. 정보화와 세계화가 깊어지면서 그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스비트가 말하는 새로운 르네상스란 과연 무엇일까? 그는 “(다가올 르네상스는) 단순히 트렌드가 변화한다거나 경제구조가 변하는 수준이 아닌 한 나라의 정치·경제 체제는 물론이고 국제 질서 전체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이스비트는 새 르네상스의 핵심 요인이자 전 지구적 이슈인 4차산업 혁명에 대해서 비중 있게 다룬다. 그는 4차산업 혁명의 기술 혁신이 국제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주목하면서 세계 권력의 재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했으나, 잘못 설계된 금융시스템을 비롯해 한계에 다다른 대의민주주의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그 위상은 위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섭게 치올라오는 중국에도 나이스비트는 주목했다. 2016년 해킹할 수 없는 안전한 통신이 가능한 양자 통신 위성을 발사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중국은 큐비트 기반의 통신 방식에서 가장 앞서 가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지금까지 남의 뒤만 쫓던 시대를 마무리하고 남보다 앞서 가는 시대를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과 대만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을 배출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다국적 기업의 허브가 됐으며,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 역시 높아 중국의 성장과 함께 서던 벨트라 불리는 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국가의 기술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스비트는 이러한 기술의 혁신이 전작 ‘존 나이스비트, 힘의 이동’에서 주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서던벨트를 비롯한 국가들의 국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 기술이 세계 중산층의 확대에 기여하는 등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갈 미래에 대해서도 나이스비트는 동시대인들의 대체적 비관적 시각과 달리 확연히 낙관적 관점을 견지한다. 특히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노동의 종말’이 고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 대신 “새로운 기계들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인력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투자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다만 그런 낙관적 전망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그는 “국가와 기업이 학습과 교육과정을 정비하는 것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터넷의 발달과 각종 플랫폼의 성장으로 언론과 출판사들이 점차 영향력을 잃으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인한 여론 조작 및 왜곡이 손쉬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나이스비트가 우려하는 것은 일자리보다는 오히려 정치다. “왜곡된 정보로 인한 여론 조작은 잘못된 정치적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그의 고언은 거짓 정보가 판치는 요즘을 사는 우리 모두 마음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 1만8,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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