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최근 중도휴학을 고민하고 있다. 1학기 성적이 흡족하지 않은데다 2학기 중간고사도 원하는 만큼 잘 보지 못해서다. 그가 이처럼 성적에 집착하는 것은 취업뿐 아니라 대형 법무법인(로펌)에서 인턴을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로펌에는 1학년 1학기 성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1학년생 인턴이 있고 이후의 성적 등을 종합해 채용하는 2학년생 인턴이 있다”며 “1학년 성적이 좋지 않으면 휴학해서 영어와 제2외국어 능력을 키우거나 다시 공부해 아예 다른 로스쿨로 재입학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 대형 로펌들이 이른 인턴 채용을 진행하면서 로스쿨의 학사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1·2학년 때 인턴생활을 잘 마무리하면 사실상 해당 로펌 입사에 유리하다 보니 인턴생활 후에는 대학원 수업은 등한히 하면서 변호사시험을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아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서울대 로스쿨은 지난 9월 1학년생을 대상으로 로펌 인턴 지원 금지령을 내렸다. 서울대의 방침에 따라 대형 로펌들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1학년 인턴을 채용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상황으로 알려졌으나 태평양·율촌 등이 현재 채용공고를 띄운 상태다. 율촌의 채용공고에는 서울대 1학년생은 제외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로펌들이 갓 입학한 로스쿨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을 모집하는 것은 ‘입도선매’ 욕심 때문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규모인 김앤장은 연봉이 높고 1위 로펌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우수 학생들이 몰린다”면서 “다른 로펌 입장에서는 미리 우수 학생을 선택해 회사를 홍보하고 자연스레 채용으로 이뤄지도록 이 전략을 쓴다”고 말했다.
서울대 로스쿨을 제외한 다른 대학 로스쿨이 1학년생의 인턴 금지 정책에 동참하지 않는 이상 로펌의 이른 인턴 채용은 막기 어렵다. 로스쿨들은 인턴생활을 통해 한 명이라도 더 대형 로펌에 입사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은 로스쿨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로펌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과 학점순으로 다시 줄 세우는 것은 다양한 분야의 실무 전문가를 키워내는 것과 거리가 먼 탓이다.
한편 서울대 로스쿨생들은 1학년생 인턴 금지령에 대해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교 정책 때문에 인턴에 지원하지 못해 다른 로스쿨 학생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학교 방침을 성토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은 “1학년 때 인턴 지원을 못 하면 그만큼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라며 “다른 대학 로스쿨에 다니는 친구에게 ‘불쌍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씁쓸하다”고 말했다.
/백주연·이수민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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