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하며 이번 국정감사의 최고 스타로 떠오른 박용진(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이제 진보교육감들도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말로만 ‘진보’가 아니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며 유치원 비리를 사실상 방기한 교육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예산을 쌈짓돈처럼 쓸 수 있었던 데에는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시도 교육청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의 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투명한 회계시스템 구축을 포함한 법·제도 개선뿐 아니라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의 감시 기능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을 뽑아준 것은 부당한 비리에 맞서 싸우거나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립유치원 사태를 통해 드러난 진보교육감의 태도 가운데는 실망스러운 점들이 적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도 교육청이 제대로 감사를 하지 않고 사후 처분도 게을리하다 보니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키워준 꼴”이라며 “스스로 ‘진보’라고 말하기에 앞서 기득권 세력과 적당히 타협한 적 없었는지, 선거철 표에 눈치 보며 불합리에 눈감지 않았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그 역시도 ‘한국유치원총연합회’라는 막강한 조직력을 앞세운 일부 사립유치원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한유총이 조직적으로 저항할 경우 의정활동 내내 시달리는 것은 물론 다음 총선에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어서다. 실제 다른 의원실 3곳에도 사립유치원 비리가 제보됐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그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상식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총선 걱정이 안 된 것은 아니지만 정치의 기본은 상식에 근거한 것”이라며 “이념과 진영논리도 상식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만큼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유치원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일명 ‘박용진 3법’이라 불리는 관련 법안의 정기국회 통과 추진과 함께 구조적 개선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회계시스템 확대 적용 등 제도적 투명성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교육현장의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들이 비리를 감시·제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 이후 시민들의 응원이 쏟아지며 국회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올해 정치후원금 한도 3억원을 조기 마감했다. 특히 총 후원자 3,992명 가운데 90%가 10만원 이하의 소액 후원자들이다. 박 의원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태어나서 정치인에게 낸 첫 후원금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 뿌듯했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불합리와 부조리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상·송종호기자 kim0123@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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