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를 청구한 노·사·전문가 협의회 회의록(1~4차) 전문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공사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가 불가함을 양해바랍니다.”
최근 한국공항공사가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 회신 내용이다. 앞서 기자는 한국공항공사에 정규직 전환 노사 회의록 전문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공사 노사는 지난해 외부 전문가와 함께 네차례에 걸쳐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방법을 논의했지만 홈페이지에는 달랑 A4 용지 2장 분량으로 회의 종합 결과만 올렸다. 근로자가 무슨 요구를 했고 사측이 어떻게 답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기자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날은 지난달 23일이다.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공공기관들이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재직자들의 친인척을 비정규직으로 입사시켰다는 고용세습 의혹이 불거지면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때다. 공사가 회신을 보낸 시기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고용세습 논란이 한 풀 꺾이고 나서다. 논란이 수그러들 때까지 답변을 미룬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한국공항공사는 노사의 정규직 전환 회의 내용이 영업상 비밀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기업도 아닌 공기업에서 정부 정책에 따라 추진한 정규직 전환이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 인천공항공사만 해도 ‘정규직 전환 알림방’을 따로 만들고 노사의 관련 회의가 끝난 뒤 매번 회의록을 공개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을 노리고 재직자가 친인척을 비정규직으로 입사시키는 일이 없도록 한층 강화한 정규직 전환 지침을 각 기관에 내려보냈다. ‘과전이하(瓜田李下·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라는 말이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괜히 오해받을 행동을 하지 말고 떳떳하다면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노사 회의록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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