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이번주부터 공정거래법과 상법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재가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고 여당도 규제혁신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해 경제민주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4일 기업활동을 옥죄는 이들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정거래법과 상법·유통산업발전법·상생협력법·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경제개혁 법안과 가맹점주·소상공인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생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여야 민생법안 태스크포스(TF) 마련도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정기국회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성패의 지표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멈춰 있던 상법개정안 논의도 곧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법개정안은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협상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같은 기업 경영권 방어장치가 포함돼야만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법개정안 중 이견이 작은 부분만이라도 우선 처리하기 위해 절충점 찾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총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지배구조개편 관련 내용에 대해 모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성 관련 제도는 지속적으로 개선돼 글로벌 수준에 접근했다”며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은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어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정연·박성호기자 ellenah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