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올해 3·4분기 9억2,800만달러(약 1조375억원)어치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투자의 귀재’가 돈을 쏟아부을 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날 발표된 버크셔해서웨이의 분기 결산보고를 인용해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이 지난 9월 현재 1,040억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처럼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버크셔해서웨이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를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버핏 회장은 2012년 이후 주가 가치 상승을 우선시해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았으나 투자 기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방침을 바꿨다. WSJ는 “버크셔해서웨이는 2016년 320억달러에 항공기·금속부품 업체 프리시전캐스트파트를 인수한 후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며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대표적 가치투자자인 버핏 회장이 지난 몇 년간 계속된 강세장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올해 버핏과 그의 최측근 찰리 멍거 부회장에게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더 부여한 만큼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버크셔해서웨이는 3·4분기에 영업이익을 100% 늘리며 ‘명불허전’의 면모를 보였다. 이날 발표한 분기 결산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배 늘어난 68억8,000만달러(7조7,000억원)로 월가 예상치(61억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CNBC는 “미중 무역전쟁 이후 세계 증시가 하락세로 접어든 가운데 이 정도의 실적을 올린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전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수익 증대는 보험 분야에서의 실적 개선과 미국 감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4분기 허리케인 피해와 멕시코 지진 등으로 14억달러의 손실을 냈던 보험 분야에서 올해는 4억4,10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버핏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세제정책 변화도 버크셔의 수익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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