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살아난 ‘가을 사나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4번째 한국시리즈(KS) 패권을 향해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SK는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7전4승제) 1차전에서 한동민의 선제 투런 홈런과 박정권의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앞세워 7대3으로 승리했다. 플레이오프(PO) 전적 3승2패로 넥센 히어로즈를 힘겹게 따돌리고 6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른 SK는 살아난 실전 감각을 뽐내며 기분 좋은 재역전승을 거뒀다.
지난해까지 치른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우승한 확률은 1982년 1차전 무승부를 제외하고 34회 중 25차례로 73.5%에 이른다. 양 팀은 5일 오후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세스 후랭코프(두산)와 문승원(SK) 두 오른손 투수가 선발로 예고됐다.
‘거포 군단’ SK의 대포가 불을 뿜은 경기였다. 승리로 이끈 주역은 PO 5차전에서 굿바이 홈런을 친 한동민과 PO 1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날린 박정권이었다.
먼저 한동민이 기선을 제압했다. 1회초 톱타자 김강민이 두산 선발 투수 조쉬 린드블럼과 9구까지 가는 대결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가자 한동민은 린드블럼의 2구째 컷 패스트볼을 퍼 올려 우측 스탠드에 떨어지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PO 마지막 타석과 한국시리즈 첫 타석을 합쳐 나온 포스트시즌 통산 25번째 연타석 홈런.
반격에 나선 두산은 3회말 2사 1, 3루 기회에서 6번 지명 타자 최주환의 우전 적시타로 1점을 따라 붙었다. 이어 1대2로 끌려가던 5회에는 1사 만루에서 최주환이 바뀐 투수 앙헬 산체스의 초구 시속 150㎞짜리 빠른 볼을 잡아 당겨 2타점 적시타를 때려 3대2로 역전에 성공했다.
SK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6회 선두 한동민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한 뒤 제미이 로맥의 땅볼 때 2루에 안착했다. 이어 박정권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박정권은 볼 카운트 0볼 1스트라이크에서 린드블럼의 바깥쪽 높은 빠른 볼을 당겨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역전 2점 아치를 그렸다. 2010년 이후 8년 만에 터진 박정권의 한국시리즈 통산 4번째 홈런. SK는 7회 두산 불펜 장원준의 제구 난조를 틈타 5대3으로 격차를 벌렸고 9회초 2점을 보태 쐐기를 박았다. 강승호의 볼넷과 김강민의 좌전 안타로 잡은 1사 1, 3루에서 로맥의 땅볼 때 두산 1루수 오재일의 2루 악송구로 1점을 얻었고 이어진 1사 1, 3루에서 박정권의 희생플라이로 이날의 마지막 점수를 뽑았다. 두산은 7회말 결정적인 무사 만루 찬스에서 오재일의 삼진, 김재호의 병살타로 무실점에 그친 게 뼈아팠다.
5번 지명 타자로 출전해 3타수 1안타 3타점을 올린 박정권은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뽑혀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박정권은 KBO 역대 최고의 ‘가을 사나이’로 꼽힌다. SK의 마지막 우승이었던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 타율 0.357, 1홈런, 6타점으로 시리즈 MVP에 올랐다. 2009년 PO, 2011년 PO의 MVP도 박정권이었다. 올해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고 1군 경기에는 14차례만 나와 29타수 5안타(타율 0.172)에 그쳤다. 하지만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경험을 믿고 PO 엔트리에 그의 이름을 넣었다. PO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그는 PO 2∼5차전에서는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힐만 감독은 박정권을 한국시리즈 1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박정권은 올해 한 번도 린드블럼과 상대하지 못했지만 개인 통산 맞대결에서 린드블럼에 26타수 9안타(타율 0.346), 3홈런, 4타점을 올렸다. 박정권은 다시 한 번 신뢰에 화답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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