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형 호텔이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운영사를 분양 계약자들이 자체 선정한 것이 아니라 분양을 통해 수익을 챙기는 시행자가 처음부터 운영 마진까지 챙기려고 설계했기 때문이다. 토지를 구입한 뒤 건축공사를 하며 객실을 쪼개 판매하는 사업시행자가 분양할 때부터 계약자에게 유령 운영사(페이퍼컴퍼니)에 위탁 운영, 또는 임대차 계약을 맺으라고 강요하면서 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호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유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사를 선정했더라면 연 7% 이상의 수익은 물론 호텔 객실 매매도 원활히 이뤄져 양도차익까지 거뒀을 것”이라며 “계약자가 위탁 운영사를 선정하고 운영사는 투명한 회계 감사를 받고 운영 수익을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구축되지 못한 것이 분쟁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회계 장부 열람권 거부는 기본=대다수의 분양형 호텔 운영사는 호텔 소유자들에게 회계 장부 열람권을 거부하는 특징을 보인다. 호텔 수익률이 떨어져 소유자들이 제3의 인물을 통한 회계감사를 요청하지만 당초 체결한 위탁 운영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다. 한 분양형 호텔 피해자는 “겉으로는 관광객 감소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 등을 이유로 수익금 지급을 거부하지만 호텔 객실 가동률은 70~80%를 웃돈다”며 “하지만 회계 장부를 보여주지 않는데다 운영사들의 자본금이 500만~1,000만원이 대부분이어서 피해를 보상 받을 방법도 막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호텔 운영 개시와 함께 소유자에게 호텔 운영을 위한 집기 구입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소송 업무를 진행 중인 한 변호사는 “분양 계약 체결 시 위탁 운영 계약서, 또는 임대차 계약서 작성을 요구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다”며 “이미 호텔 운영의 주도권이 시행운영사에 넘어간 만큼 3년 이상의 기나긴 소송전을 치르며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5년 이후 환매조건부 분양 수법도=강원도의 한 시행사는 연 8%의 확정 수익과 함께 5년 이후 100% 환매조건을 내세우며 분양에 나섰다. 하지만 호텔 준공과 영업 개시 3개월 이후 갑자기 “운영 적자가 심해 운영이 어렵고 환매조건도 지킬 수 없다”고 통보했다. 소유자들은 결국 자체적으로 운영 중이다. 고광현 분양형호텔연합회 사무총장은 “시행사가 이처럼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호텔에서 얌전히 나가주는 것만으로도 양심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며 “분양형 호텔이 늘어나면서 최적의 입지를 찾지 못한 시행사들이 이제는 입지 조건이 열악한 지역에 호텔을 분양하고 ‘나몰라라’ 하는 것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의 또 다른 호텔은 시행사와 결탁한 운영사가 호텔 영업 개시 이후 단 한번의 임차료를 지급하지 않은 상태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관리비를 청구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분양형 호텔 피해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국 분양형 호텔 피해자와 상황을 공유하다 보면 시행사와 결탁한 운영사(또는 최초 임대차 계약 관계 회사)의 횡령과 일방적인 재계약서 요구 등이 전형적인 수법”이라면서 “특히 최초 임대차 또는 위탁 운영 계약서를 체결한 회사는 시행사의 가족이 대표로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부채 떠안기기와 운영통행세 징수도=부산의 한 호텔은 시행사와 결탁한 운영사가 호텔 소유자에게 사전 동의 없이 50억원 규모의 부채를 떠안기고 운영 통행세를 받는 유형에 속한다. 시행사는 당초 계약자에게 호텔 영업 개시를 앞두고 호텔 소유자로서 모든 권리와 의결권을 시행사와 결탁한 운영사에 위임한다는 위임장 발송을 요구했다. 위임장 없이는 호텔 영업을 개시할 수 없다는 설명에 대다수의 소유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서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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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위임장은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운영사는 영업 개시 3년 차부터 연 1.4%에 불과한 수익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또 운영사는 시행사로부터 소유주 동의 없이 초기 운전자본 명목으로 15억원을 대여받은데다 호텔 운영 비품 명목으로 35억원의 유형자산 양수 양도계약을 체결한 것도 드러났다. 한 투자자는 “시행사가 분양 당시에는 호텔 운영을 위한 비품이 모두 포함된 분양가라고 했다”며 “시행사와 운영사가 짜고 소유주 동의 없이 50억원의 부채를 만들고 운영수익에서 차감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특히 운영사인 A사는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 회사인 B사에 위탁 운영권을 넘겼고 이후 B사는 다시 실제 운영사인 C사에 운영권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인 B사는 연 3억원의 통행세를 징수했다. 이에 따라 소유자들은 지난해 최초 위탁 운영회사인 A사에 위탁 운영에 관한 위임장 철회와 관련한 내용 증명과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한 투자자는 “A사는 이제 와서 소유주들에게 위탁 운영 계약 관계가 아닌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특히 소액이지만 임차료를 지급했기에 임대차 보호법에 따라 임차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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