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서울의 한 분양형 호텔을 계약한 50대의 김모씨. 김씨는 매년 분양대금의 7%를 향후 10년 동안 지급한다는 시행사의 말을 믿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호텔 운영이 시작된 후 매달 받은 임차료는 연 4~5%로 저조했다. 분양 계약자들이 시행사와 임대차 계약서 작성 상대방인 운영사에 항의하자 시행사는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운영사는 새로운 계약서를 내밀었다. 여기에는 지난 2년6개월 동안 미지급된 임대료 200억원에 대한 포기와 앞으로 임대료가 지급되지 않아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거부한 객실 소유자 300여명은 6개월 전부터 한 푼의 수익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확정수익을 보장한 분양형 호텔의 피해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당초 제시된 수익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배경에 호텔 운영사의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계약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행사가 분양 초기부터 결탁한 호텔 운영사를 앞세워 계약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낮은 수익금을 지급하거나 수익 배분을 거부하는 등 투자자와 분양주체(시행사)·운영사 간의 분쟁이 전국 분양형 호텔의 90%에서 벌어질 정도다. 아울러 수익금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호텔 담보대출을 통해 분양대금을 마련한 만큼 전체 7조원이 넘는 투자자금이 몰린 분양형 호텔의 분쟁과 부실이 금융권 부실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5일 분양형호텔연합회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124개의 분양형 호텔 중 110개가 당초 제시된 수익률이 지급되지 않아 호텔 운영권 문제 등을 놓고 각종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 계약자들이 기존 불공정 계약을 체결한 위탁 운영사에 계약 해지 등을 요구하면서 명도 소송 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14개의 분양형 호텔 중 13곳은 2~3년간의 명도 소송 등을 통해 시행사와 유착한 운영사, 또 분양 계약자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운영사 등 복수의 운영사가 호텔을 나눠 경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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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형 호텔 분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것은 막대한 투자자금이 분양형 호텔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전국 124개 분양형 호텔의 평균 객실 분양가 2억원에 호텔당 평균 객실 수 300개만 가정해도 7조4,000억원 규모다. 아울러 계약자들이 호텔 운영을 통한 수익으로 분양대금 이자 지급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원금 상환 요구에도 대응하지 못해 자칫 분양형 호텔이 금융권의 대형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광현 전국분양형호텔연합회 사무총장은 “영업 개시를 앞둔 분양형 호텔 수만도 전국적으로 27곳에 달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탐사기획팀=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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