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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뉴칼레도니아

1988년 4월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에서 원주민인 카나크인들로 구성된 무장 독립단체가 프랑스 판사·경찰 등 27명을 인질로 잡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는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3년 전부터 꿈틀대던 독립항쟁이 본격화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당시 프랑스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여서 뉴칼레도니아 인질사태는 ‘뜨거운 감자’였다. 재선을 노리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대터러특수부대 300여명을 현지에 급파하는 강수를 던졌다.





초기에는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국 70여명이 숨지는 유혈극으로 막을 내리고 만다. 이 비극은 영화 ‘리벨리온’으로 제작돼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 같은 뉴칼레도니아의 슬픈 역사는 나폴레옹 3세에 의해 프랑스 식민지로 병합된 18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는 프랑스 정치범들의 유배지로 사용돼 프랑스 혁명가들의 기록이 문서기록보관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한다.

이런 굴곡과는 달리 겉으로 보이는 뉴칼레도니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아름다운 해변과 산호섬, 프랑스의 세련된 정취를 품고 있어 남태평양의 ‘프렌치 파라다이스’라 불릴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방영된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관광 대박이 나기도 했다.



이곳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 1772년 7월 탐험에 나섰다가 스코틀랜드의 풍경과 닮은 섬을 확인하고 스코틀랜드의 로마시대 이름(칼레도니아)을 빌려 뉴칼레도니아로 지었다. 현재 인구는 약 27만명으로 이 중 39%가 카나크인이고 27%가 프랑스 등에서 건너온 유럽 이주민과 그 후손이다. 뉴칼레도니아는 무엇보다 훌륭한 관광자원과 함께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25%를 보유하고 있어 프랑스 입장에서는 지정학적·경제적으로 놓치기 힘든 곳이다. 프랑스가 뉴칼레도니아에 상당한 자치권을 부여하고 매년 13억유로(1조6,600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이유가 다 있지 싶다.

4일(현지시간) 실시된 뉴칼레도니아의 독립투표가 반대 57%로 부결됐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협정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두 번 더 투표가 가능한 모양이다. 그때까지 독립파와 잔류파의 기 싸움이 이어질 텐데 결국 관건은 프랑스가 뉴칼레도니아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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