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7일 한국 사법부의 강제 징용 판결에 관한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지난 달 30일 대법원이 한국인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낸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연일 ‘막말’ 수준의 발언을 이어가자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이날 ‘한국 사법부의 강제징용 판결에 관한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국무총리 명의 발표문을 통해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을 놓고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과격한 발언을 계속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발언은 타당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못하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밤 외교부가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국무총리까지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발언을 반박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외교부는 “최근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문제의 근원은 도외시한 채, 우리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적으로 행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우리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절제되지 않은 언사로 평가를 내리는 등 과잉대응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총리도 이날 발표문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은 정부 간 외교의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법부는 법적 판단만 하는 기관이며, 사법부의 판단에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일본 정부 지도자들도 그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일본 지도자들의 처신을 지적했다.
이어 이 총리는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 조약을 인정하면서 그 바탕 위에서 조약의 적용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한 것이다”라며 “판결문은 그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번 판결 관련 후속 조치를 총괄 책임지는 위치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리는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며, 정부 관련부처와 민간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대응방안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불만을 말할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외교적 분쟁으로 몰아가려 함에 따라 나도 그에 대한 의견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우리 대법원 판결 직후부터 한국을 비판하는 수위 높은 발언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판결 당일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음 날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구(舊) 조선반도(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면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동시에 ‘징용공’ 대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막말 여론전의 선봉에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서 있다. 고노 외무상은 지난 4일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을 뒤집는 듯한 이야기”라며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법에 기초해 한국 정부와 맺은 협정을 한국 대법원이 원하는 아무 때나 뒤집을 수 있다면,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일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그들(한국)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고, 6일에는 심지어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 총리는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현명한 대처를 요망한다”며 “한국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총리는 “한국정부는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점을 거듭 밝힌다”면서 한일 관계가 악화 되는 데 대한 우려도 표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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