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회사 근처에서 다른 집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직원들을 동원해 개최하는 ‘위장집회(알박기 집회)’는 법이 보장해야 할 집회가 아니므로 이를 방해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사에 대한 항의성 집회를 막기 위해 대기업들이 편법으로 이용해온 알박기 집회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모(43)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 회원인 고씨는 지난 2016년 4월 서울 서초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진행 중인 ‘성숙한 집회문화 만들기’ 집회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현대차 본사 앞에서는 현대차 보안관리팀장이 신고한 ‘성숙한 집회문화 만들기’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1·2심은 “현대차 직원이 신고한 집회는 법이 보장하려고 하는 집회라기보다는 현대차의 경비업무로 봐야 한다”며 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현대차 측의 선행 신고로 현대차와 관련 있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현대차 본사 정문 앞 등을 집회장소로 선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결이 옳다고 봤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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