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8일 ‘11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전반적인 경기가 둔화된 상황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경기하강 국면을 공식화했을 정도다. KDI가 둔화라는 표현을 쓴 것은 2016년 12월 이후 2년 만이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이렇듯 경제가 가라앉고 있는 데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등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밀어붙인 탓이 크다.
친노조 정책을 쏟아내면서 기업들은 잔뜩 움츠려 있고 가계는 예금을 깰 정도로 빚에 짓눌려 있다. 특히 최저임금 과속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 성장은 부작용투성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고사하고 있던 일자리마저 없애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근본 해법을 찾으려고 하기는커녕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는 고통이 따른다’ ‘참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특히 한목소리를 내며 중심을 잡아줘야 할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은 견해차를 고스란히 노출해 시장의 혼란만 야기했다.
새 ‘경제 투톱’은 이런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많다. 벌써 김수현 실장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거시경제 지식이 필요한 정책실장 자리에 사회정책 분야 전문가인 김 실장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자칫 경제를 모르는 김 실장의 입김이 세질 경우 무리한 정책이 계속돼 일자리 절벽 등을 더 부추길 수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말까지 했다. 신임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는 이 같은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분배·공정보다 생산·투자·성장의 위기다. 이를 헤쳐나가려면 시장과 기업을 안심시키는 게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기업의 기를 살리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 등 기존 정책을 고집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경제팀이 새로 꾸려진 만큼 정책에도 변화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 투톱’ 교체가 정책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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