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는 ‘케이윌표 음악’은 무엇일까.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음악이 변하듯, 가수 케이윌의 음악 역시 조금씩 변화를 거듭했다. 혹자는 케이윌의 음악에 대해 섣불리 색깔을 정의하기도 하지만, 당사자인 케이윌은 여전히 자신의 음악에 끊임없이 질문하며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런 점에서 최근 케이윌이 발표한 새 음반 ‘상상; 무드 인디고(想像; Mood Indigo)’는 또 하나의 도전이다. 불현듯 돌아봤을 때 알게 되는 영화 속 색채의 변화가 자신과 닮아있다고 평한 케이윌은 이번 앨범에 최대한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면서도 앞으로 이어질 음악적 방향에 대해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며 이번 앨범에 공을 쏟은 케이윌은 트렌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앨범에 담긴 진정성이라 강조했다.
Q. 새 앨범으로 컴백한 소감이 어떤가
정규 4집 앨범의 완성본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앨범 형태로 나온 건 거의 1년 만인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만들면 좋을까 고민한 끝에 최대한 자연스럽고 과하지 않게 나를 표현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안 해봤던 것들을 해보게 되고 앨범에 프로듀서로도 참여하게 됐다. 또 다른 케이윌표 발라드를 보실 수 있을 거다.
Q. 또 다른 케이윌표 발라드는 무엇인가
대중이 생각하는 일명 ‘케이윌표 발라드’와는 분위기와 편곡 자체가 다르다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스태프들은 이걸 ‘하이브리드 발라드’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예전을 떠올리게 하는 악기 구성에 소스의 느낌은 현대적인 느낌을 담으려 했다. 보컬 톤을 잡는데도 시간이 걸렸고 믹싱 과정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Q. 새 앨범 ‘상상;무드 인디고’를 영화 ‘무드 인디고’에서 영감 받았다고
두드러지지는 않더라도 10년동안 제 나름대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으로 가사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내 이야기가 좀 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같이 앨범을 만드는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무드 인디고’를 보게 됐다. 잘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게되는 색채의 변화가 있고 구성도 다채로웠다. 영화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와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색채가 내 얘기랑 닮은 것 같다는 생각으로 앨범 타이틀을 그렇게 정하게 됐다.
Q.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예전에는 보컬리스트의 시대라면 요즘은 프로듀싱의 시대가 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부르는 사람의 감성이 담겨있지 않으면 다 아시더라. 예전에는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하고 더 좋은 곡을 써야 한다는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지금은 나를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갖지 말아야 내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내 노래를 하기 위해 만든다는 생각을 하니까 프로듀서로서 마음을 편하게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들으시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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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로듀싱의 시대’라는 말처럼, 음악 흐름이 변한 것을 많이 느끼나
한 때 훅송이 대세였다가 이제는 또 흐름이 변했다. 유행은 시대에 따라 다른 것 같더라. 어떤 곡들이 사랑을 받고 왜 그러는지는 판단하기 힘들겠지만, 한 페스티벌에서 해외 아티스트 공연을 봤을 때 확실히 시대가 변했다는 느낌이 들더라. 당시 공연에 맥스웰, 에릭 베넷, 뮤지크 소울차일드가 나왔다. 예전까지만 해도 에릭 베넷이 인지도도 높고 대중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반면에 뮤지크 소울차일드는 굉장히 색채가 강해서 쉽게 따라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어린 친구들이 뮤지크 소울차일드 공연에 격렬하게 반응하더라. 그때 리듬과 톤의 시대가 맞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Q. 수록곡에 마마무 화사와 작업한 곡이 있다.
지난 앨범에는 소유씨가 짧게 피처링을 해주셨지만, 앨범에 남녀 듀엣곡이 수록된 지 오래됐다. 마마무가 노래를 워낙 잘하기도 하지만 특히 화사씨가 팝적인 부분을 잘 소화할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회사에 요청을 드렸다.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수락해줘서 감사하다. 결과물도 재밌게 잘 나온 것 같다.
Q. 같은 소속사 식구였던 매드클라운과는 회사를 나가기 전에 작업한 건가
나가기 전에 작업을 시작한 곡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나에게는 감사한 퇴사선물이 됐다(웃음). 곡 콘셉트가 상대에게 다가가는 지질한 남자의 이야기다. 매드클라운이 ‘지질함의 끝판왕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었을 만큼, 그런 쪽에 가사를 재미있게 잘 쓴다.
Q. 발라드가 주로 가을에 강세를 보이는데 일부러 앨범 발매 시기를 맞춘건가
히트곡 중에 ‘러브 블러썸’이나 ‘가슴이 뛴다’처럼 밝은 곡 외에도 ‘눈물이 뚝뚝’ 같은 슬픈 노래도 봄에 나왔는데 성적이 더 좋았다. 오히려 가을에 발표한 발라드가 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가을에 발표한 곡들은 처음에 주목을 못 받아도 오래 사랑받는 곡이 많았던 것 같다. ‘꽃이 핀다’도 당시에는 크게 사랑을 받은 편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계신다. 앨범 발표하자마자 반응이 오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천천히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도 기분 좋다.
Q. 콘서트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10년 전에 처음 콘서트를 할 때는 규모도 작고, 단 회에 그쳤다. 몇 달을 열심히 준비해서 콘서트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지만, 많은 분들께 더 오랫동안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점점 회차가 늘어나는 건 감사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좋은 무대를 보여드려야 하는게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전까지 공연들이 완벽했다고 하기 힘들겠지만 좋은 바이브를 가지고 했다. 올해도 그에 못지 않게 좋은 공연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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