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양상을 보이며 무섭게 달아올랐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불과 두 달 만에 얼어붙었다. 은행권이 대출을 규제하면서 거래량이 줄어들자 매도자의 콧대가 꺾이면서 급매물이 나타나고 있다.
10일 KB부동산의 주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4.0으로 지난 2013년 8월 12일(3.2) 이후 약 5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매매거래지수란 부동산 중개업체 3,500여곳을 대상으로 주택 거래의 활발함을 설문 조사해 수치화한 것을 뜻한다. 100이 기준선이며, 이를 초과하면 거래가 활발하며 미만일 경우에는 한산하다는 의미다.
지역별로는 강북이 2.4였으며 강남은 6.0이었다. 지난 8월 27일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65.7까지 올랐는데,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었다. 당시 집값 급등으로 두려움을 느낀 이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졌고 결국 최고 기록을 낸 셈이다.
하지만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의 발표로 유주택자의 대출 길이 막히자 주택 거래도 뜸해졌다. 결국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지난 9월 3일 61.5에서 9월 17일 22.0, 지난달 8일 9.8로 보름을 넘길 때마다 반 토막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집을 파는 사람의 입지도 좁아졌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5일 67.2로, 정점을 찍었던 9월 3일의 171.6에서 급하강했다. 매수우위지수란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우열을 따지는 지수로, 100을 넘기면 시장에 매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100 이하일 경우 매도자가 많은 것을 뜻한다. 매수자가 많다면 매도자가 부르는 대로 집값이 형성되는 경향이 강해지는 반면 매도자가 많을 때는 급매물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증명하듯 시장에는 과거 거래가보다 집값을 낮춘 매물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 5단지는 지난 9월 19억1,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7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어울림 더리버도 지난 9월 14억5,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으나, 현재 고층 매물 가격은 12억5,000만원으로 확인됐다. 무주택자인 직장인 이모(30)씨는 “지난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주변에서 부동산 이야기를 하면서 집값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당장 사야 한다고 했다”며 “지금은 호가가 조금 내렸지만 하락기에 접어들었을까 우려돼 살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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