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원유 공동탐사 등에 대한 합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필리핀 내부 비판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의 합의에 대해 최근 필리핀 내에서 비판이 고조되는 등 ‘기류 변화’가 있다고 전했다. 현재 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달 필리핀 방문을 앞두고 남중국해에서 원유 공동탐사 문제의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필리핀 내부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남중국해 전문가인 제이 바통바칼 필리핀대 법학과 교수는 “양국이 합의서에 서명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시 주석 방문 시 양국은 법적 문제나 실제 세부이행 관련 내용을 뒤로 미루고 일반성명 선에서 합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록신 외무장관도 트위터에서 “전에도 말했듯 가스 (개발) 합의는 없다”면서 “가스관련 합의가 장래에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논의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뒤로 미뤄놓고 원유와 가스 등 자원을 공동 개발하자고 제안하면서 나왔다. 이러한 제안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지난해 7월 알란 카에타노 당시 필리핀 외무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만나 구체적인 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합의 초안은 지난 9월 승인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태풍 ‘망쿳’의 영향으로 연기됐다. 이후 필리핀에서는 외무장관이 테오도로 록신으로 교체됐다.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달 28일 필리핀을 방문할 당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원유, 천연가스를 공동 개발하는 문제를 추가로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등 논의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정으로 인해 중국이 필리핀 외무부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남중국해 탐사 및 시추권을 가진 필리핀 기업을 사는 것이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토니오 카피오 필리핀 대법원 수석재판관 대행은 이러한 행위는 필리핀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분쟁은 제쳐놓고 공동 개발을 추구하자는 데는 함정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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