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美 캘리포니아

사망자 최소 25명·이재민만 30만명...사상자 더 늘듯

파라다이스 마을 통째로 사라져

트럼프 "부실한 산림관리 탓

연방지원금 끊을수도" 으름장

10일 대형산불이 집어삼킨 파라다이스 마을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애완견을 안고 대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역을 휘감은 대형산불로 25명 이상의 사상자와 30여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0일(현지시간) CNN과 AP통신 등 현지 언론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8일 샌프란시스코 북동쪽 북부 캘리포니아 뷰트카운티에서 ‘캠프파이어’라고 명명된 산불이 발화했다. 로스앤젤레스(LA) 북서쪽 말리부 인근과 벤투라카운티에서는 각각 울시파이어·힐파이어가 일어나 산림과 주택가를 집어삼키고 있다. 캘리포니아 뷰트카운티 경찰국은 이날 오후 기준 북부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사망자가 25명, 실종자는 11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폐허가 된 주택가에서 시신 수색작업이 진행돼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지역 방송들은 이번 산불로 대피한 주민이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5만여명,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25만여명으로 30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캠프파이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290㎞ 떨어진 뷰트카운티 파라다이스 마을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캠프파이어가 발화한 직후 불길이 마을 전역을 감쌌고 프로판가스통이 터지면서 불기둥이 치솟고 전봇대가 쓰러지는 등 화재 현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도망친 주민들은 “아마겟돈 같은 전쟁터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코리 호네아 뷰트카운티 경찰국장은 “주민 23명이 파라다이스 마을과 주변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남부 캘리포니아 울시파이어와 힐파이어도 말리부와 벤투라카운티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부촌인 말리부 주민 전부에게 소개령이 내려졌으며 가수 레이디 가가, 방송인 킴 카다시안 패밀리 등 많은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이 대피길에 올랐다.



한편 전날 산불이 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형산불의 원인으로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부실한 산림관리를 꼽으며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중단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매년 수십억달러가 지원되는데도 그렇게 많은 목숨을 앗아간 것은 모두 산림 관리상의 중대한 부실 때문”이라며 “지금 바로잡으라.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의 연방 지원금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박홍용기자 [e-mail]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동쪽 북부 캘리포니아 뷰트카운티에서 발화해 파라다이스 마을을 집어삼킨 대형산불 ‘캠프파이어’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지구 관측소에서 찍은 모습.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주의 부촌인 말리부를 덮친 대형산불 울시파이어를 끄기 위해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리고 있다. /말리부=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