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이익공유제란 위·수탁 기업 간 협력사업의 결과물인 위탁기업 이익을 사전 약정에 따라 공유하는 계약 모델을 말한다. ‘협력이익공유’나 ‘초과이익공유’ 등의 발상에는 ‘대기업 초과이익의 상당 부분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중소기업의 희생으로 발생한다’는 관념이 도사리고 있다. 이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대기업을 착취의 주체로, 중소기업을 희생의 제물로 본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여 물건을 잘 만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초과이익을 얻는 것이지 자유시장경제에서 어느 기업이 다른 기업을 희생시켜 이익을 늘릴 수는 없다. 정말 그렇다면 희생당한다고 여기는 중소기업은 모두 사업을 접고 도망가야 맞다. 중소기업의 현실은 오히려 반대로 대기업과의 거래를 트지 못하고 납품 기회를 얻지 못해 안달이지 않은가.
이 제도의 시행이 강제가 아닌 권장사항이라면서 정부는 시행 대기업에 공공발주시 입찰참가 자격 부여, 수의계약 허용, 조세 감면 등의 지원을 한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시행하지 않는 대기업은 공공발주에 참가할 수 없고 수의계약도 안 되며 조세 감면도 없다는 말이다. 공공부문 조달 비중이 큰 한국 시장에서 공공발주 기회의 박탈은 기업의 사망선고 같은 타격이 될 수 있다. 결국 실제로는 강제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위험수익공유파트너십(RRSP)을 체결한 외국의 사례를 든다. 영국 롤스로이스사가 협력사와, 그리고 미국 보잉사가 보잉787기를 개발하면서 약 50여개의 부품공급사와 각각 이 계약을 체결했다. 그렇게 따지면 국내에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간 ‘성과공유 사례’가 있다. 맥주바켓·본죽·크린토피아·원앤원 등이 예이다. 모두 자발적인 것이다. 미국과 영국 어느 곳도 법제화하지 않았다. 외국은 위험까지 공유하는데 한국은 이익 분배만 요구한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발적이라고 해도 계약은 극히 일부 협력사와만 가능하다. 보잉사는 항공우주 분야의 세계적 선도 업체이다. 항공기 부품 수는 수십만 개에 이르고 협력업체는 전 세계 수만 개이지만 고작 50여개의 핵심기술 보유 회사와만 계약을 체결한다. 결국 협력계약을 체결한 소수 중소기업에만 특혜가 주어진다. 나머지 대다수 업체는 같은 대기업에 납품을 하면서도 계약업체가 넉넉히 가져가고 남은 잔여이익을 기준으로 차기 계약이 이뤄진다. 나머지 업체의 장기적 수익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계약업체는 진입 장벽을 쌓아 신규 계약업체의 진입을 극구 방해할 것이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진 계약업체는 자발적인 혁신동력의 상실로 영세화하거나 대기업의 영구적 수직 하청구조로만 존재하게 되고 세계적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유인도 없어진다. 기업들은 해외 업체를 중심으로 부품조달 체계를 재편하게 될 것이다.
이익은 최종 제품의 생산에서 판매까지의 과정을 거쳐 산출되는데 계약업체가 이 과정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다. 브랜드 가치, 홍보, 연구개발(R&D), 마케팅, 판매망과 물류조직 등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너무나 많다. 가격 자체를 그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결정한다. 계약업체가 제공하는 부품의 원가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도 계산할 수 없다.
무엇보다 납품단가·거래기간 조정 등 자율적 방식으로 협력사 기여가 선반영되는 상황에서 법제화로 대기업의 이윤을 사실상 강제 배분할 경우 위탁기업의 이윤추구 동기는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주주의 이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투자 위축으로 협력사는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시장경제에서 보장된 이윤동기가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 이윤동기를 훼손하면 시장경제의 근간을 해치고 투자유인의 감소로 혁신과 성장은 저해된다. 시장을 설계할 수 있다고 덤비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시장에 맡기라. 그것이 정답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