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90억원을 투입해 독자적인 ‘사회서비스원’ 개설을 강행한다. 사회서비스원은 노인·장애인 돌봄 서비스 등 민간에 맡겨졌던 사회복지사업을 공공 부문이 직접 제공하는 기관이다. 공공 부문 비대화, 일자리 찍어내기 등의 논란으로 국회에서 관련 법이 계류된 상황에 시가 정책을 졸속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양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비례)은 12일 “시는 국비가 제외되더라도 자체 예산으로 사회서비스원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1일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예산으로 국비 14억4,000만원과 시비 88억7,039만원이 편성됐다.
사회서비스원은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국회에 관련 법이 계류돼 있다. 야당은 “이미 사회복지 분야가 민간 부문 중심으로 정착돼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비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 계획의 일부였던 보육 분야의 경우 ‘보육의 자율·전문성을 해쳐 서비스를 악화할 것’이라는 비판에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혈세를 투입해 공공일자리만 찍어낸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시는 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 등을 직접 고용할 계획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돌봄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결국 ‘혈세로 창출된 일자리’에 미래세대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또 복지부가 예산 낭비 우려에 ‘기존 복지재단 등을 활용할 것’이라는 방침을 세웠음에도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 신설을 강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 산하 기관은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4곳으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사회서비스원 설립 지원예산 68억원을 신규 편성했지만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은 “최근 채용비리 의혹으로 시 공공기관에 대한 여론이 싸늘한 가운데 서울 사회서비스원의 편법·졸속 출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다”며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서비스의 질 향상과 종사자 처우 개선을 도모하는 방향에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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