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성적이 단기간에 크게 오른 것은 모두 정답 유출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내신을 높이기 위한 교사 아버지의 일탈행위로 가족 3명이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숙명여고 문제 유출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정기고사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53)씨와 쌍둥이 자녀 2인 등 총 3인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내신 시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물음표를 던진 숙명여고 사건 수사가 일단락됐다.
경찰에 따르면 현씨는 지난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올해 치러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의 시험에 걸쳐 총 18과목의 정기고사 정답을 자녀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특히 쌍둥이의 성적이 ‘급상승’해 자매가 나란히 전교 1등을 차지한 지난 1학기 기말고사의 경우 무려 12과목에서 정답이 유출된 정황이 확보됐다.
결정적 증거는 쌍둥이 집에서 나왔다. 경찰은 쌍둥이 방에서 나온 압수물을 분석해 자매 중 동생의 암기장에서 전 과목 시험문제의 정답을 적은 메모를 확보했다. 경찰은 쌍둥이 자매가 아버지를 통해 유출된 정답을 암기한 뒤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시험지에 정답을 작은 글씨로 적어놓고 문제를 풀었다고 본다. 피의자들은 “채점을 위해 시험 이후 적어놓은 메모”라며 증거를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은 “시험 직후 학급 단체카톡방 등을 통해 정답지가 공유되기에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쌍둥이 자매의 내신 성적이 수직 상승한 기간에 모의고사 성적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사실도 의심을 더한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학년 1학기와 2학년 1학기 사이 쌍둥이 언니의 내신 석차는 107등에서 1등으로 올라섰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68등에서 459등으로 떨어졌다. 동생도 내신이 82등에서 1등으로 오른 기간 모의고사는 130등에서 301등으로 하락했다.
지난 8월 말 서울시교육청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압수수색, 디지털포렌식 분석, 피의자 6인과 참고인 27인에 대한 조사를 2~5회 실시했다. 조사 결과 쌍둥이 휴대폰에 영어 서술형 정답이 저장된 사실,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이 기재된 메모 등 정답 유출을 의심할 만한 정황증거가 다수 확보됐고 이는 현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 이어졌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쌍둥이를 포함한 피의자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는 점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숙명여고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2학기 중간고사 이전 수사 종결과 성적 정상화를 바랐기에 아쉬움은 있으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수사 결과를 환영한다”며 “학교는 부정행위를 한 학생을 ‘0점 처리’ 및 퇴학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숙명여고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자녀의 성적 재산정 및 퇴학 결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전 교무부장 파면을 징계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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