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커상이 그렇듯 전문가 집단에서 수여하는 것이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꼽히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주는 상이 최고로 꼽힙니다. 건축가로서 그 의미를 생각해보자면 빠른 도시화 과정에서 소외됐던 사각지대가 분명 있을 텐데 소외된 영역에서 가치를 창출해 낸 건축물에 대해서도 국가나 각료의 이름을 통해 보상을 해 줌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수상작인 ‘기장 웨이브온’의 설계를 맡은 이뎀도시건축의 곽희수(사진)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기관의 이름으로 수여되는 이번 상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곽 대표는 “국가의 손길이 뻗치지 못하는 부분에서 건축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라는 임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장 웨이브온이 설계 당시부터 흥행작으로 꼽힌 것은 아니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충실했던 공간에 콘크리트 건축물을 짓겠다고 하니 일부 주민들은 갸우뚱 해했다. 또 카페가 카페답지 않고 미술관 형식으로 지어진다는 것에 대해 성공 여부를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다. 곽 대표는 “새로운 장소성에 대한 의식을 교환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콘크리트 예찬론자로 소문난 만큼 곽 대표는 이번에도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했다. 콘크리트는 도시의 냉혹함을 보여주는 재료라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그 어떤 재료보다 친환경적인 재료라는 것이 곽 대표의 생각이다. 나무를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를 건축 재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본드, 페인트와 같은 유해물질이 필수적이다. 또 우리나라 콘크리트 생산량이 세계 12위에 달할 정도로 국내에서 흔한 소재이기도 하다. 곽 대표는 “나무도 좋지만 나무만 갖다 쓰면 산은 벌거숭이가 될 것”이라며 “조림을 하고 30년이 돼야 겨우 활용할 수 있는 나무와 달리 땅에서 나는 석회석을 그대로 퍼올려 만들 수 있는 것이 콘크리트”라고 설명했다.
곽 대표의 건축물들은 그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매김해오고 있다. 배우 원빈이 건축주인 ‘국도 42번 루트하우스’, 배우 고소영이 건축주인 청담동의 ‘테티스’, 충청남도 태안의 ‘모켄펜션’, 강원도 홍천의 ‘유 리트리트 부티크 리조트’까지 그전까지 평범했던 장소에 ‘새로운 신기함’을 불어넣으며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곽 대표는 “건축의 내용도 좋지만 현상에 주목했으면 좋겠다”면서 “개인 투자자가 조그만 건물을 하나 짓는 것이 1,000억~2,000억원짜리 공공 건축물을 짓는 것보다 큰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 대해 저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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