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회원들이 자살을 예고한 20대 청년의 목숨을 구했다. 회원들의 신고로 청년이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익명으로 소방서와 경찰서에 음식을 배달시키며 모두가 자축하는 분위기다.
14일 새벽 0시 30분경 ‘너무 힘들어서’라는 제목의 글이 보배드림 자유게시판에 올라왔다. 작성자는 ‘죄송합니다’라는 짤막한 문구와 유서, 양은냄비에 번개탄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보배드림 회원들은 깜짝 놀라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가끔 게시판에 자살을 예고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이렇듯 유서와 사진까지 올린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였기에 회원들은 당황스런 반응을 보이는 동시에 작성자에게 “그만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일부 회원들은 글을 본 즉시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시간여가 흐른 1시 30분경 대구의 모 지구대 경찰관이 보배드림에 “OOO씨 발견 후 구급차 도착해서 조치 중”이라며 “생명에는 지장 없으니 신고는 그만 해달라.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자살을 예고한 청년은 20대 중반으로 지난 22일에도 심신이 불안정한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는 “매일 이곳저곳 넣고 면접도 보지만 연락이 없다.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일용직으로 일하며 빛을 갚고 있다”며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이면 열심히 하고 싶은데 정말 희망이 안보인다. 다시 되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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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목숨에 지장 없이 한 병원에 입원중 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보배드림 회원들은 과거 ‘힘들다’는 사연을 올린 이들에게 건넸던 것과 같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힘내라, 아직 젊다”는 말부터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는 댓글도 눈에 띈다.
사건이 일단락되자 회원 중 일부는 청년을 구한 지구대에 치킨을 보내는 등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치킨 인증샷을 올린 회원은 “새벽에 생명 구조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경기도에서 보내드리는 작은 보답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이 인증샷에 회원들은 “멋지다, 눈물난다” 등의 댓글을 올리며 따스한 마음을 나눴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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