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중단됐던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11년 만에 복원됐다.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여러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 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혁신의 플랫폼’을 구축,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광범한 변화를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며 “그 바탕 위에서 정책의 내용 또는 추진방식을 혁신해 경제, 사회, 문화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 총리는 “이제까지 관행적으로 추진해온 국정을 과학기술과 접목해 혁신할 때도 됐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지난 2004년부터 3년 동안 범부체 협의체 형태로 열렸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폐지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시대 변화 대응 차원에서 과학 분야에 대한 정부 역량 집중이 절박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에 회의를 복원했다. 이에 더해 회의체의 의장을 국무총리에게 맡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물론 기획재정·교육·국방·행안·문체·농식품·산업·복지·환경·국토·해수·중기부 등 13개 부처가 참여한다.
이 총리는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달성했다”며 “그러나 잠재성장률은 이미 2.9% 수준으로 둔화됐고, 경제의 앞날에 대한 걱정도 많아졌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또 그는 “사회에는 갈등이 폭증하고 문화에는 발전과 침체가 혼재한다”며 “게다가 4차산업혁명으로 모든 분야가 전례없이 빠르게 변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각 부처에 산재한 연구개발을 연계해 상승효과를 내는 일이 절박하다”며 “각 부처가 함께, 그리고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최대 R&D(연구·개발) 예산 편성에도 불구하고 예산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총리는 “내년 예산안에는 국내 역사상 처음으로 R&D예산이 20조 원 넘게 편성됐다”며 “GDP 대비 비율에서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다”며 계획과 집행 전반에 대한 점검과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총리는 “효율과 연계의 부족, 중복이나 공백이 도사리고 있다”며 “인재와 산업, 연구와 사업의 연결이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발전의 밑받침이 될 규제 혁파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총리는 “규제혁파는 현장의 수요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과 교육 드의 갈등도 크고 많아진다”고 언급했다.
이 총리는 “이런 모든 문제를 이 회의가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지만 해결의 출구 또는 힌트라도 만들어내기를 바란다”며 “큰 규모의 회의인 만큼 규모에 맞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 총리는 “기관장들이 회의를 통해 스스로의 과제를 찾길 바란다”며 “각 기관이 스스로, 그리고 함께 혁신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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