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박병대(61) 전 대법관을 19일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박 전 대법관에게 19일 오전 9시30분 검찰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14일 전했다. 따라서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2명이 연달아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징용소송을 비롯한 여러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2014년 10월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집한 이른바 ‘2차 공관회동’에 참석,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법관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재상고심의 최종 결론을 미루고 전원합의체에서 뒤집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접수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가 각급 법원의 유사 소송을 취합해 보고한 정황도 포착됐다. 박 전 대법관은 옛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지방·국회의원들이 낸 소송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의원 지위 확인은 헌법재판소가 아닌 법원의 권한이라는 점을 판결에 명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서울남부지법의 한정위헌 여부를 가리는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취소시키고 헌재에 파견 나간 판사를 통해 평의내용 등 내부기밀을 빼돌리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아울러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로 하여금 청와대 요청을 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건네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5,000만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도 추가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 법원행정처장인 고영한 전 대법관도 조만간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또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시기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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