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를 앞두고 평행선을 이어오던 영국과 EU 간 협상이 사실상 합의점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상을 시작한 지 17개월 만에 협상안 초안이 나오며 브렉시트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영국 내 반발이 만만치 않아 의회 비준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14일 오후 EU 탈퇴 협정 초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내각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EU 역시 이날 브렉시트 협상 진전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 수렴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을 제외한 27개국 회원국 대사 회의를 소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브렉시트 협상 초안에 합의했다는 영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수석대표는 “협상이 아직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EU는 (영국과의) 합의 내용을 축적해가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아일랜드 RTE방송 등 외신들은 브렉시트 협상 합의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아일랜드 국경 문제에서 양측이 합의에 도달했다며 협상 합의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BBC방송도 이날 “영국과 EU가 집중적인 협상 끝에 ‘실무적 수준’의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고 전했다.
협정 초안에 대한 내각 승인이 이뤄지고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협상 합의를 발표하면 오는 25일께 소집될 것으로 전망되는 EU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영국은 EU 탈퇴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협상과 진통 끝에 영국과 EU가 협상안 초안을 마련함에 따라 양측은 이혼절차를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하게 됐지만 영국이 EU에서 빠져나가기까지 앞으로 남은 절차도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영국 내에서는 야당은 물론 집권 보수당 인사들까지 정부의 합의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14일 열리는 특별내각회의 진행도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일 영국 더타임스는 EU 잔류 지지파 각료 4명의 사임이 임박했다고 보도하는 등 일부 각료들도 테리사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분열된 내각과 보수당의 반발 속에 14일은 메이 총리의 재임 기간 중 가장 위험한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의 수장이자 대표적 브렉시트 강경파인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합의안이 보수당이 그동안 공약 등에서 밝힌 내용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각료들이 합의안을 막고 의원들이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