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가 주최한 ‘어린이집 비리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어린이집의 ‘부끄러운 민낯’이 낱낱이 공개됐다.
어린이집 비리는 국공립과 민간을 막론하고 크게 △교직원 허위등록으로 지원금 유용 △교구구매·특별활동 관련 거래 △식자재 빼돌리기 등 급식 비리로 나뉜다. 이 가운데에는 어린이집에 설치한 공기청정기·소파 등 기자재를 원장이 자기 집으로 옮기거나 식자재를 구매할 때 제사 음식을 주문하는 등의 사례가 포함됐다. 이는 공공운수노조가 현직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와 상담사례 등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또한 어린이집 교사를 허위로 등록해 월급 중 일부를 원장이 착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로 등록하려면 원장이 지방자치단체에 보고해야 하는 구조인데, 허위로 등록하고도 원장과 교사만 입을 다물면 아무리 관리·감독을 한들 잡아낼 수 없다. 교사를 허위로 등록하면 교사 대 아동 적정 비율이 무너져 아동이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거래업체와의 리베이트는 기본이고 영수증을 부풀리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또 좋은 물건은 원장 집으로 빼돌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게 다수 조합원의 증언이다. 미끄럼틀을 구매하지도 않고도 사진만 찍고, 교재교구 구입비 영수증을 함께 첨부해 회계처리를 하는 일도 있었다. 서울 용산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은 학부모들에게 유기농 식자재를 사용한다고 광고하지만, 실제는 동네 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증언도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서진숙 부위원장은 “오늘 공개한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도 못 미칠 것”이라며 “국가가 어린이집 원장만을 보육서비스 공급자로 지정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는 제도적으로 보육서비스 공급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며 “어린이집 원장이 모든 것을 과잉대표하다 보니 내부고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비리가 은폐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조세팀장은 어린이집의 비리가 이처럼 천태만상인 이유는 개인 사업자 위주의 민간시설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설 수를 기준으로 어린이집의 84%는 개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고, 아동수를 기준으로도 어린이집 재원 아동의 73%가 개인 운영 어린이집을 이용한다.
김 팀장은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국공립어린이집을 확대하는 한편, 지자체가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고 원장이 피고용인으로서 순환 근무하는 사회서비스공단 어린이집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하는엄마들 김신애 활동가는 학부모 운영위원회에 어린이집 예·결산 감사 권한이나 급식 관리·감독권을 주는 등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 부모들이 어린이집 운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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