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에서 해촉된 전원책(사진) 변호사가 14일 “한국당에서 적어도 절반은 물갈이해야 한다”며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신을 영입했다가 문자로 해촉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서는 “전권을 준 조강위원을 흔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날을 세웠다. 김 위원장에 대한 폭로성 발언은 없었지만 연일 당 안팎으로 잡음이 이어지며 ‘비대위의 비상사태’가 심화하는 형국이다.
전 변호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보수정당을 살려달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국민을 감동시킬 자기희생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제가 할 역할은 없다”고 자신을 경질한 비대위를 겨냥했다.
전 변호사는 당 지도부와의 갈등의 시발점이 된 ‘전당대회 일정’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비대위는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일정을 절대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전 변호사는 7월 연기를 주장해 마찰을 빚었다. 전 변호사는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권력이 내년 4월 재보선 공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게 김 비대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의 명분이었는데 납득할 수 없다”고 재차 말했다. 비대위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위해 253개 당협에 대한 감사를 20일 만에 끝내도록 일정에 개입한 사실도 밝혔다. 세부 사항을 사무총장에 위임했는데 무리한 일정을 발표하며 이를 ‘조강특위 결정사항’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조강특위에 특정 인사를 포함하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세월이 지나면 이야기하자”고 말을 아꼈다.
한국당을 향해 날카로운 쓴소리도 남겼다. 그는 “한국당은 정파가 아닌 계파만으로 작동하는 정당”이라며 “지금까지 폼 잡고 산 분들이 자중하지 않으면 한국당이 아닌 대한민국 보수의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조강특위 논란과 이를 틈탄 계파전쟁의 조짐이 맞물리며 김병준 비대위의 리더십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외부인에게 그만 맡기고 당내에서 해결하자’는 비대위 조기 종료론이 제기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비대위는 끝까지 간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비대위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비대위가) 동력을 상실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당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