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무역전쟁(auto trade war)’ 발발이 일단 연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 및 차부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보류하면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정보에 밝은 고위소식통을 통해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이 수입 자동차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상무부 보고서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상무부는 자동차 수입에 따른 미국 산업의 피해와 해결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통상담당 보좌진과의 회의에서 이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이 참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보고서는 수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의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포함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올해 5월부터 조사해왔다. 이 연방 법률은 미국의 통상 안보를 저해하는 판정을 받은 품목에 대해 수입량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일본과의 자동차 교역이 미국에 불리하고 불공정하다며 이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와 부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문제는 이런 관세가 수입차에 뿐만 아니라 수입차 부품에도 해당 되기 때문에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미국자동차딜러협회는 이번 관세가 발효될 경우 미국에서 제작되는 차에는 최대 2,270달러의 추가비용이 들고, 특히 수입차는 6,687달러가 더 비싸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세계 자동차 업계는 매출과 일자리가 급감해 산업 지형이 바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작년에 미국이 수입한 자동차와 부품의 규모는 3,500억달러(약 396조원) 정도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일본 및 EU와의 무역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대해서는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3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합의했으나 자동차 관세 면제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한국에 대한 자동차 관세 면제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개정하면서 부수 합의서를 통해 자동차 관세를 면제받기로 했으나 수출량에 상한을 두는 제약을 받아들인 바 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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