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예비전동기를 75억원이나 들여 구매했지만, 하자로 인해 사용조차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4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납품업체가 예비전동기를 계약상 규격과 다르게 제작하는 등 계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음에도 잔금을 모두 지급했다. 한수원은 2011년 A사와 한울원전 1·2호기 순환수펌프에 들어가는 예비전동기 1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수원은 2012년 12월 계약에서 정한 규격과 다르게 예비전동기가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치를 요구했지만 A사는 한수원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2013년 7월 일방적으로 납품을 위한 시험을 했다. 그럼에도 한수원은 원인 규명이나 계약해지 등을 통보하지 않고 같은 해 11월 예비전동기를 납품받았고 이듬해 3월에는 잔금 22억원을 모두 지급했다.
한수원은 2015년 7월 예비전동기를 검사한 결과 품질등급 불만족, 기술규격서 미준수 등으로 정상적인 사용이 어렵다고 보고 ‘인수검사 불합격 판정’을 했고, 2016년 7월에는 해외전문가를 초빙해 예비전동기를 진단한 결과 권선(전선) 7개가 절단된 사실을 발견했다. 한수원은 A사에 권선 작업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A사는 이 역시 응하지 않았다.
예비전동기는 당초 2013년 말부터 한울원전 1·2호기에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감사원이 감사한 작년 5월까지 사용 불가능한 상태로 창고에 보관 중이었다. 한수원은 감사원이 감사하고 나서야 작년 8월 A사에 계약해제 통보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A사를 부정당업자로 제재하는 등 시정조치를 했다.
감사원은 한수원 사장에게 “앞으로 물품 제작·구매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방법을 철저히 검토하고, 계약 내용 이행에 대한 감독 및 검사 업무를 철저히 하며 관련자들에게 주의조치하라”고 요구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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