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1차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프랑스 와인 산업까지 걸고넘어졌다. 한때 ‘브로맨스(남성끼리의 우정)’를 과시했던 두 지도자 사이에 깊어진 감정의 골이 미국과 프랑스 간 와인 관세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무역에 있어 프랑스는 훌륭한 와인을 만들지만 미국도 마찬가지”라며 “문제는 프랑스가 미국산 와인 판매를 어렵게 만들고 많은 관세를 매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반면 미국은 프랑스산 와인 판매를 쉽게 하고 아주 작은 관세를 물리고 있다. 불공평하다,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의 유럽군 창설 제안을 비판하고 그의 낮은 지지율과 프랑스 실업률까지 거론하는 조롱 섞인 트윗을 날리는 등 연쇄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을 공격했다. 오전에 올린 트윗에서는 “1·2차 세계대전에서 (전범국은) 독일이었다. 그때 프랑스는 어떻게 됐나? 미국이 오기 전 파리에서는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분담금을 지불하든가, 말든가”라고 비꼬기도 했다.
미 CBS방송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공격이 대서양 양쪽의 와인 애호가에게 민감한 주제를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와인협회 자료를 인용한 CBS 보도에 따르면 미국산 와인에 대한 유럽연합(EU) 관세는 미국이 EU산 와인에 매기는 관세보다 2배 높다. 현재 미국산 와인에 대한 EU 수입 관세는 750㎖당 11∼29센트인 반면 EU산 와인에 대한 미국 수입 관세는 5∼14센트 수준이다. 수출액으로 봐도 와인 시장에서 미국과 EU는 서로에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프랑스를 포함한 EU는 지난해 127억달러 규모의 와인을 수출했고 이 중 40억달러 이상이 미국을 향했다. 같은 기간 미국산 와인 수출액은 총 15억달러 규모로, 이 중 5억5,300만달러어치가 EU로 수출됐다.
한편 CBS는 트럼프그룹이 미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 있는 와인 농장 겸 양조장인 ‘트럼프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은 2001년 이 와이너리의 소유주로 등록했으며 트럼프 일가는 버지니아주에 와인 관련 자산을 몇 개 갖고 있다고 CBS는 전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