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스라엘 검사장비 제조업체 직원 6명이 패널 회로도를 촬영해 국외로 반출하려다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부정한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 명에게만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되는 데 그쳤다. 법원은 유출기술을 활용해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 사건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됐다고 한다. 하지만 단 한 건의 기술유출로도 전도유망한 강소기업이 쓰러진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이는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기술유출에 따른 피해에 비해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듯 기술유출을 시도하다 적발됐을 때 처벌보다 유출로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이 큰 탓에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첨단기술을 노린 해외유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및 시도는 23건으로, 특히 올 들어서는 벌써 4건이나 적발돼 지난해 3건을 넘어섰다. 분야도 소재·부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해외로 산업기술이 빠져나가면 우리 기업들이 수십억~수천억원을 쏟아부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물거품이 되고 국부유출도 우려된다. 더 이상 가벼운 처벌이 기술유출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일본처럼 기술유출 자체만으로도 엄벌에 처하도록 형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국회는 계류 중인 기술유출범죄 처벌강화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법원도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 기술유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되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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