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만 25살을 맞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해 발생한 포항 지진의 여파로 올해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이번 수능은 출제위원의 합숙 기간이 열흘 이상 늘고 관련 예산도 최대 규모로 증가하는 등의 다양한 신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 따르면 이날 2019학년도 수능 마지막 시험영역이 끝남과 동시에 출제위원들은 역대 최장 ‘감금 생활’을 드디어 끝낸다. 일반적으로 수능 출제위원들은 약 5주일 동안 합숙하면서 문제를 만들고 검토한다. 합숙 기간에는 외출하거나 휴대전화, 이메일처럼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통신수단을 사용하는 게 금지된다. 인터넷 검색도 보안요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제와 관련된 내용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조차 보안요원의 ‘점검’을 거친다.
출제위원들은 이처럼 삼엄한 분위기에서 문제를 제작하고, 반복되는 토론의 과정을 거쳐 수능 시험지에 들어갈 문제를 출제한다. 또한 입시 서적·기출문제지·교과서·참고서 등을 샅샅이 뒤지면서 흡사한 문제가 출제된 적 있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출제위원들은 이 시기에 창의적이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토론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가 채택되지 않아 받는 자괴감, 자신이 낸 문제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 등으로 인해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출제위원들은 지난해 34일 일정으로 합숙에 들어갔다가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미뤄지면서 출제위원들도 일주일간 더 감금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합숙 기간을 처음부터 46일로 정하면서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수능 당일 지진이 날 경우에 대비해서 올해부터는 ‘예비문항’을 만들기로 했고, 이에 따라 출제에 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갑자기 합숙이 연장돼 애를 먹었다”며 “올해는 아예 합숙기간을 늘렸고, 출제위원들이 작성하는 계약서에 수능 당일 지진이 나면 합숙이 일주일 연장될 수 있다는 점도 적었다”고 밝혔다.
지진이 나지 않는다면 예비문항으로 만들어 놓은 문제들은 2020학년도 수능 모의평가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에 출제하기 위해 만든 양질의 문제인 만큼 모의평가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제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은 지난해와 비슷한 300명가량이며, 검토인력과 보안요원, 음식·세탁 등을 담당하는 지원인력, 의료진, 출제가 끝난 뒤부터 합숙에 들어가는 문답지 인쇄 담당자 등까지 합치면 700명 규모의 인력이 투입된다. 투입된 인력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출제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출제에 들어가는 예산도 지난해의 1.5배로 늘어났다. 지난해에 156억원이 사용된 데 비해, 올해는 89억원 늘어난 245억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수능 25년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이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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