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개 업체가 미국 정부에 약 2억3,600만달러(2,670억원)의 벌금과 배상액을 물게 됐다. 주한미군에 유류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다.
미 법무부는 14일(현지시간) SK에너지, GS칼텍스, 한진 등 3개사가 주한미군 유류납품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약 8,200만달러(929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형사상 벌금과는 별개로 입찰 공모에서 독점금지를 위반하고 허위 주장한 혐의로 약 1억5,400만달러(1,745억원)의 민사상 손해배상금도 미국 당국에 납부해야 한다. 법무부는 반독점 클레이튼법에 근거한 민사 배상에서 SK에너지가 9,038만달러, GS칼텍스가 5,750만달러, 한진은 618만달러를 각각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유류가 담합은 한국에 주둔하는 미 육군과 해군, 해병대, 공군에 대해 지난 2005년 3월부터 2016년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석유·정유 회사들과 이들의 대리인들(agents)이 미군 연료계약 입찰 과정에서 경쟁을 제한하려 했다는 것이다. 법무부 측은 이번 혐의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매컨 델러힘 반독점 법무차관은 기자들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의 미군(주한미군)에 대해 10여 년간 유류 공급가격을 고정하거나 입찰을 조작했다”면서 “결과적으로 미 국방부가 상당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한 셈”이라고 전했다. 델러힘 차관은 “이들 3개 업체에 대한 혐의는 다른 공모업체들에 대한 폭넓은 조사의 일부”라고도 밝히며 추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측도 미국 연방정부를 사취하는 가격담합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전 세계 모든 기업체와 개인을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3개 업체는 모두 유감을 표시하고 준법경영 관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SK에너지는 “사내 컴플라이언스 수준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물의가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준법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철저히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도 “미국 법무부와 합의를 완료했다”고 확인한 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정거래 법규 준수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진은 “당시 담당 직원이 정유사들이 주도한 담합에 일부 관여한 것이 발견돼 사건 초기부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다”면서 “책임감을 느끼고, 엄격한 준법경영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일부 정유업체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날 발표에서는 제외됐다. 따라서 소송 진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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