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사실 확인 없이 경찰이 뿌린 보도자료만 믿고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면 피의자의 명예훼손에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씨가 국민일보, 노컷뉴스, 뉴스1, 뉴시스, 매일경제, 문화일보, 부산일보, 부산문화방송, 연합뉴스, 드라마하우스앤드제이콘텐트허브 등 언론사 10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 언론사들이 A씨에게 15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부산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은 지난 2012년 1월 A씨가 건강보험급여 6,7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된 아버지의 법원 공탁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가 공동 대표로 있던 병원에 들어가 수술장비 1억2,000만원어치를 훔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같은 해 7월13일 배포했다. A씨에 대해 영장이 청구된 적이 없음에도 자료에 사전영장이 청구됐다고 명시해 이 내용이 그대로 공중에 보도됐다. A씨는 심지어 2012년 12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명예가 훼손됐다며 언론사들이 1,000만원씩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보도자료는 경찰이 소정의 절차에 의하여 작성·배포한 것이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그 내용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며 위법성 조각 사유를 인정해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은 “A씨 피의 사실을 급박하게 보도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데다 적절하고 충분한 취재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각 언론사가 150만원씩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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