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팔 때 손익과 관계없이 무조건 매도대금의 0.3%(상장사, 비상장은 0.5%)를 떼어가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증시가 침체한 가운데 하락장에서 손실을 봐도 꼬박꼬박 내야 하는 거래세가 불합리하다는 투자자의 불만이 커지면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장기적으로 거래세 폐지가 증시 활성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를 우려해 거래세율 인하나 폐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거래세로 거둬들인 세수는 6조2,800억원에 달한다. 폐지 찬성 측은 이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거래세 부과는 부당하며 주식 양도세 대상자도 늘어난 만큼 장기적으로 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거래세로 인한 주식거래량 위축영향은 미미하며 폐지할 경우 세수 부족 우려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증권거래세 폐지 또는 세율 인하에 대한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 세금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인한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자 범위 확대, 그리고 올해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의 약세에 따른 투자자의 손실증가로 다시 논쟁이 재점화됐다.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가 있어 과연 이번에는 세제 변화가 있을지 자본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증권거래세는 어떻게 세상에 나타났을까. 증권거래세는 지난 1978년 12월에 재제정된 증권거래세법에 따라 등장했다. 그리고 입법 취지를 담은 당시의 문헌(제100회 국회 재무위원회 회의록 제7호 등)을 보면 현행 증권거래세의 목적은 ‘재산소득과세 기틀 마련’이었다. 즉 주식투자자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기 위해 증권거래세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는 증권거래세의 납세자가 누구인지를 보더라도 추측이 가능한데 현행 증권거래세의 실질적인 납세자는 주식의 양도자다. 양도자는 재산 거래에 있어 소득을 실현하는 단계에 있는 자로 재산 양도 시점에 소득을 확정하기 때문에 통상의 소득세제에서는 양도자에게 소득세를 과세한다. 부동산 등 다른 재산 거래를 할 때 납부하는 세금을 생각해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러면 왜 현재의 증권거래세는 입법 취지에 따라 소득 기준으로 부과하지 않고 거래대금에 일정비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것일까, 다시 1978년 당시의 문헌을 보면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다. 그 시기에는 종합소득세제를 실시한 지 4차년도밖에 되지 않은 해로 과세당국이 현장의 과세행정 처리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시기였다. 또한 현재처럼 금융실명제도가 도입되지 않았고 홈택스와 같은 전산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때였다. 따라서 실제 소득귀속자의 파악이 어렵고 이상적으로 양도소득자에게 세금을 걷어 들이기에는 행정상의 징세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였다. 이로 인해 낮은 징세비용으로 세금을 걷는 방법을 고려하다 보니 거래대금에 세율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징세 방법이 제도화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손실투자자에 대해서도 거래가액에 비례해 세금을 걷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은 투자 소득을 과세하지 않고 있는가. 포괄주의에 따라 과세하는 법인세는 법인 납세자의 투자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세는 개인 납세자의 투자 소득에 대해 완전히 과세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현재 소득세법상 대주주가 아닌 개인투자자는 상장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비록 이 대주주의 범위(2021년 보유액 기준으로 3억원, 지분율 기준 1%·코스닥 상장법인은 2%)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대주주가 아닌 투자자는 상장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소득에 대해 이미 과세를 하는 법인세·소득세가 있는 상황에서 ‘재산소득과세 기틀 마련’이라는 취지를 가진 증권거래세를 어떻게 봐야 할까. 모든 주식투자자에 대해 소득 과세를 하지 못하고 있는 소득세 한계점을 내버려 두고 재산소득과세 취지를 가지면서도 거래세 무늬를 띄고 있는 현행 증권거래세를 유지해야 할까. 금융실명제가 정착됐고 세계적인 수준의 국세전산망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징세비용 걱정 때문에 거래대금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법으로 소득과세 입법 취지를 실현해야 할까. 옳지 않아 보인다. 그러한 방향은 마치 바로 옆에 자기 신체 크기(재산소득과세)에 맞는 옷(소득세)이 준비돼 있는데 굳이 몸에 맞지 않는 옷(거래세)을 꾸역꾸역 입으려는 행동과 다름이 없다.
특히 세제가 국민의 재산권에 영향을 주는 제도임을 생각한다면 납세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 즉 형평성·공정성 등의 가치가 세법 입법 취지에 반영돼야 하고 그 취지에 맞게 세제가 짜여 세상에 나타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따라서 1978년 당시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주식투자자 소득세를 전면 과세하고 현행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세율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소득세로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세수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게 충분한 연구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참고로 해외 국가에서 주식 양도자에게 일률적인 세율로 거래세를 부담시키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또한 미국·독일·스웨덴 등 해외 다수 국가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했으며 일본도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병존하다가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2003년에 증권거래세를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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