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법원 대표 판사들의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19일 정기회의에서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을 탄핵 촉구하는 방안을 본격 논의한다.
15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열리는 법관대표회의에서 10여 명의 판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에 대해 현장 발의를 추진한다. 이 안은 의안 발의 기한인 지난 12일까지 발의되지 못했지만 회의 현장에서 다른 구성원 9명의 동의를 얻으면 정식 상정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안건이 발의 요건을 충족해 정식 성안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권형관·박노을·박찬석·이영제·이인경·차경환 등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 6명은 대구지법 법관 대표 판사 3명에게 이 안건을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발의해 달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이들은 재판 독립 침해 행위에 대해 아무런 역사적 평가 없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며 형사절차 종료 전에 관련 국회에 탄핵소추를 촉구해야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해당 안건은 당일 발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에 대해 법관대표들이 각급 법원에서 의견수렴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재판거래 연루 법관 탄핵 필요성은 그 동안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의혹 당사자인 법원 조직 내에서 이 같은 요구가 분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관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된다.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되는 대통령 탄핵소추보다 요건이 가볍다.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국회는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을 청구하게 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하면 탄핵이 결정된다.
아직 국내에서는 법관이 탄핵 당한 적은 없다. 1985년 불공정 인사 논란을 빚은 유태흥 대법원장과 2009년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킨 신영철 전 대법관에 대해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유 전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부결됐고 신 전 대법관 건은 계류되다 폐기됐다.
법조계에서는 다만 안건이 정식 발의되더라도 법관대표회의 통과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아직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기소 여부나 유·무죄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부터 추진하는 데 대해 반감을 갖는 법관도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일선 판사들조차 반성하지 않는다”는 반발 여론이 생길 수 있다는 점 역시 법관대표회의에는 부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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