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를 살해하라고 직접 명령한 사람은 그를 귀국시키기 위해 터키로 보낸 협상팀을 이끌었던 현장팀장”이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카슈끄지 사건의 최고위 책임자는 사우디 정보기관의 2인자였던 아흐메드 알아시리”라고 지목하면서 “그는 카슈끄지를 강제로라도 귀국시키라고 명령했다”라고 설명했다.
알아시리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 인사로, 이번 사건 직후 해임됐다. 즉, 이번 사건의 ‘몸통’은 알아시리이며, 이스탄불로 파견돼 현장을 지휘한 현장팀장이 살해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협상팀 중 5명이 카슈끄지에 약물을 주입한 뒤 시신을 토막 냈다”며 “이들 5명에게는 사형을 구형했다”라고 덧붙였다.카슈끄지가 살해된 뒤 시신이 훼손됐다고 사우디가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21명을 구속 조사했고 이 가운데 11명을 기소했다.
사우디 정부는 사건 초기 그의 피살 자체를 부인하다가 터키 정부가 여러 정황 증거를 언론을 통해 유출하면서 압박하자 협상팀과 몸싸움을 하다 우발적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달 25일 “터키 정부에서 제공한 정보로는 그와 협상하러 간 사우디 팀이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는 정황이 있다”며 의도적인 살해를 에둘러 시인했다. 그러나 사건의 ‘배후 지시자’라는 의혹을 받은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왕세자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이 같은 사우디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터키 외무장관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사우디 당국의) 모든 조처가 긍정적이지만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그 발표의 일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해야겠다”면서 “살인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또 사우디 당국이 여전히 중요한 질문에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가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다고 인정했는데, 그렇다면 그의 시신은 어디 있는가? 어디에 버려졌는가? 어디에 묻혔는가?”라고 물으며, “우리는 그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그러면서 “터키는 앞으로도 사건 수사를 모든 각도에서 계속 주시할 것이며, 수사와 관련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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