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법부가 경제 부패 사범이 교수형 당하기 직전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법부는 14일(현지시간) 새벽 이란에서 ‘금화의 왕’이라고 불리며 금·외환 거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던 바히드 마즐루민과 그의 공범 무함마드 에스마일 거세미에게 교수형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이들 사형수 2명이 형 집행 직전 유서를 쓰고 사형장으로 걸어가는 모습부터 교수형 뒤 시신이 검은 자루에 담겨 옮겨지는 과정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이를 언론 자료로 배포했다.
동영상과 사진 속에서 몇 분 뒤 사형을 당하게 될 이들은 두려움과 긴장한 표정으로 어둑어둑한 새벽에 비를 맞으며 형장으로 나선다.
올해 7월 체포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란에서 최고 수준의 부를 누리며 이란의 금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위세는 온데간데없고 죄수복을 입은 그들은 초라한 50대 중년의 모습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은 미국의 제재로 이란 금, 외환 시장이 요동치자 2t 정도의 금화를 사모아 이란 리알화의 가치를 급락시키고 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아 지난달 1일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뒤 한 달 반 만에 형이 집행됐다.
사법부는 또 이란 매체들에 사형장으로 향하는 이들 피의자를 인터뷰를 허용해 이를 방송으로도 내보냈다. 이 방송에서 거세미는 “경제 부패는 벌어져서는 안 되는 범죄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반성한다.
사법부는 또 사형 집행 사실을 발표한 뒤 마즐루민이 생전에 한 인터뷰도 함께 내보냈다.
이 인터뷰에서 마즐루민은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다시 금 거래 시장에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런 일(사재기)은 절대 하지 않겠다. ‘금화의 왕’이라는 별명은 과분하다. 내가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먹어야 했다”고 참회했다.
교수형 집행이 흔한 이란에서도 형 집행 직전 피의자 모습 공개는 극히 드문 일이다. 미국의 제재 복원으로 이란에서는 자국화 가치가 폭락하자 안전 자산인 금, 달러화를 앞다퉈 사재기를 했다.
이란 정부는 시장의 대혼돈을 막기 위해 외화와 금 거래를 엄격히 통제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틈타 이익을 챙긴 마즐루민과 같은 ‘큰 손’과 불법 환거래 상을 집중 단속했다.
이란 사법부는 막대한 부를 누리다 부패 범죄자로 추락한 마즐루민의 사형 집행 직전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의 제재로 불안해진 민심에 ‘공포의 경종’을 울려 동요를 막으려 한 것으로 읽힌다.
이란에서는 아동 성범죄, 연쇄 살인 등 흉악 범죄로 사형을 받은 피고인은 공개 교수형을 집행한 뒤 목이 매달린 모습을 찍은 사진을 그대로 공개하곤 한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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