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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카슈끄지 토막살해까지는 인정…시신 행방은 '오리무중'

‘실종→우발적 과실치사→계획적 살해’ 번복

“현지 터키인 조력자에 시신 넘겨”…시신 행방 '모르쇠'

자말 카슈끄지의 추모식에 걸린 그의 사진.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터키 정부에서 흘러나온 기밀 정보를 바탕으로 언론들이 제기한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정황의 상당 부분을 인정했다.

사우디 검찰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우디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급파된 ‘협상팀’이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그와 논쟁 끝에 상당량의 약물을 과다 주입해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냈다고 밝혔다.

터키의 ‘언론 플레이’에 사우디 정부가 밀려난 모양새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가 살해된 지난달 2일 그가 총영사관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지만 18일에는 그의 사망 사실을 인정했다. 카슈끄지에게 미국에서 귀국할 것을 설득하던 협상팀과 논쟁 끝에 그가 우발적으로 숨졌다는 것이다. 그러다 지난달 25일에는 비로소 “터키 정부에서 제공한 정보로는 그와 협상하러 간 사우디 팀이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는 정황이 있다”며 ‘기획 살해’ 가능성도 인정했다.

이날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가 ‘약물 주입 뒤 토막살해’ 당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 그간 의혹 수준이던 계획적 살해 뒤 시신 훼손 사실을 확인했다. 사우디 검찰은 “협상팀을 이끄는 팀장은 카슈끄지가 귀국에 협조하지 않으면 살려 내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가 총영사관을 찾은 당일(10월2일) 즉석에서 죽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사건의 최고위 책임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아닌 그의 측근 아흐메드 알아시리 전 정보총국 부국장이다. 빈 살만 왕세자와 카슈끄지 살해 사건 사이에 선을 그은 셈이다.



사우디 검찰은 그러면서 여러 의문에 대해 해명했다. 언론에서 ‘암살조’라고 불렀던 협상팀은 보도된 바와 같이 15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가운데 법의학 전문가가 포함됐으며 살해 전 총영사관 내 CCTV를 끈 사실도 자인했다. 법의학 전문가가 협상팀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 사우디 검찰은 “협상팀은 설득이 실패했을 때 완력을 써서라도 귀국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라며 “강제력을 동원해야만 했을 경우 현장의 모든 증거를 지우려고 했다”며 계획적으로 시신을 훼손하기로 하고 인체 해부에 능한 법의학 전문가를 파견했다는 추정을 부인했다.

사건 발생 이튿날인 3일 무함마드 왕세자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을 나간 뒤 몇 분, 몇 시간 뒤 실종됐다”고 말한 데 대해서 사우디 검찰은 “협상팀이 살해 뒤 총영사관을 무사히 나갔다고 허위로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협상팀을 구성한 총책임자 알아시리 부국장은 카슈끄지와 안면이 있는 왕세자의 고문인 사우드 알카흐타니에게 협상팀을 지원하라고 요청했다. 알카흐타니는 외국의 불순한 조직에 포섭된 카슈끄지가 외국에 계속 있으면 사우디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그를 강제로라도 귀국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우디 검찰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카슈끄지의 시신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는 기존 입장을 지켰다. 사우디 검찰은 “협상팀은 그를 살해하고 토막을 낸 뒤 총영사관 밖으로 반출해 현지의 터키인 조력자에게 넘겼다”며 “그의 몽타주를 완성했고 이를 터키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번복 불가능한 사우디 검찰의 발표에서까지 시신의 행방을 밝히지 않으며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시신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인멸하거나 은닉한 게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시신이 총영사 관저 정원의 우물 속에서 화학물질로 인멸됐다고 전한 바 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사우디 검찰의 발표 뒤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가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다고 인정했는데, 그렇다면 그의 시신은 어디 있는가. 어디에 버려졌는가. 어디에 묻혔는가”라고 물었다.

따라서 카슈끄지 시신의 행방이 밝혀질 때까지 사건의 진상을 둘러싼 의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가 시신의 행방을 미지수로 남기면서 종국엔 시신 없는 살해 사건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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