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면 중국에는 위화가 있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 ‘형제’ 등 수많은 히트 작품을 보유한 위화는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중국 소설가로 꼽힌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점칠 때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문학적 단상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담은 위화의 에세이집이다. 서울·베이징·파리·뉴욕·프랑크푸르트 등 세계 곳곳에서 독자들과 만나 강연한 내용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문학론과 인생론을 함께 포개놓은 글이라는 점에서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과 유사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위화는 우선 소설가 지망생들을 향해 “훌륭한 작가 이전에 훌륭한 독자가 돼야 한다”며 긴 세월을 뛰어넘어 살아남은 고전 명작들을 많이 읽으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프란츠 카프카 등 글쓰기 내공을 키우게 해준 ‘문학 스승’에 대한 존경과 헌사를 곁들인다. 이와 함께 문학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 예술이므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잃는다면 결코 좋은 사람도, 좋은 작가도 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위화는 엄혹하고 참혹했던 문화대혁명(1966~1976년) 때 청소년기를 보낸 것이 성장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놓는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敵)으로 내몰고 알맹이 없이 공허한 혁명 구호만 난무했던 그 시절을 통과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양면성과 예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회고한다.
예술가의 꿈을 남몰래 품은 채 치과의사로 일하다가 뒤늦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일화, 한국 독자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허삼관 매혈기’의 집필 과정에 대한 뒷얘기도 흥미롭다. 치열한 노력과 고민으로 끊임없이 나타나는 장애물을 통과하며 일급 작가의 반열에 오른 위화는 “글쓰기의 감옥 문이 열리자 비로소 달리고 싶으면 달리고 천천히 거닐고 싶으면 거닐 수 있게 됐다”고 고백한다. 1만4,5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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