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을 규명하려는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16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남 전 원장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취소 결정을 내렸다.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게는 징역 2년, 이제영 검사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각각 선고됐다. 이 밖에 국정원의 고일현 전 국장은 징역 1년 6개월, 하경준 전 대변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문정욱 전 국장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1심(징역 2년)보다 형량이 줄었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1∼2년의 자격정지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선고에서는 제외됐다.
남 전 원장 등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허위 서류 등을 갖다놓은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꾸리고, 심리전단 요원들이 실체와 다른 진술을 하도록 지침을 내리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에 대해 1심과 판단을 동일시했다.
다만 국정원 감찰실 직원들에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주재한 부서장 회의 녹취록의 일부분에 대해 조직과 직원 이름 등을 지우는 ‘비닉(비공개·은닉)’ 처리 등을 하게 하고 검찰에 제출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범죄 성립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보안성 검토는 당시 감찰실장이던 장호중 전 지검장의 직무권한에 해당한다. 직원들은 실무담당자로서 그의 지시에 따라 비닉 처리를 한 것뿐”이라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가 아니라고 언급했다.
문정욱 전 국장이 대기업에 보수단체 자금지원을 요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기업의 보수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요청은 국정원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며 1심과 달리 무죄로 판결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엄정한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원세훈 원장 시절 일어난 심리전단 사건은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해 조직적으로 정치에 관여한 사건이다. 피고인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 임했다면 국정원은 과오에 대한 성찰·혁신을 통해 국민 지지를 받는 정보기관으로 탈바꿈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국정원장을 비롯한 지휘부와 파견 검사의 공모에 따라 조직적 차원에서 범행 지시가 이뤄져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다수의 국정원 직원이 조직적으로 동원돼 범행이 일어났다”며 “수사와 재판에 적잖은 악영향을 끼친 만큼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든 행위 등에 대해서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과 이를 집행한 검찰을 우롱한 처사”, “형사사법 절차를 노골적으로 농락한 처사”라고 강력 비판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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