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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혜경궁 김씨' 계정주는 이재명 부인" vs 이재명 "경찰의 'B급 정치'에 절망"

경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19일 검찰 송치 예정

이재명 지사 "경찰, 근거 없이 정황만으로 송치" 반발

김씨 측 변호사 "계정 소유자 제3자일 가능성" 주장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2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피고발인 신분 조사를 마친 뒤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수원=연합뉴스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08_hkkim)’ 소유주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예비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이 지난 4월 8일 문제의 트위터 계정 소유주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후 7개월여만에 나온 수사결과다. 해당 계정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취업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허위 사실도 유포된 바 있다. 이같은 수사결과에 대해 이 지사는 “경찰이 수사가 아닌 정치를 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오는 19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김씨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해당 트위터 계정을 사용해 이 지사를 지지하고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인 등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4월 경기도지사 민주당 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08__hkkim)을 통해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지난 2016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취업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허위 사실을 해당 트위터에 유포해 문 대통령과 준용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트위터 계정 소유주를 찾기 위해 해당 계정에 올라온 4만여건의 글을 전수 분석했다. 또 트위터에 글과 사진이 올라온 직전과 직후 같은 사진이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사실을 다수 확인했다. 대표적 사례는 2014년 1월15일 오후 10시40분께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남편인 이 지사의 대학입학 사진이 올라온 지 10분 만에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서 같은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이 같은 사례가 워낙 많아 혜경궁 김씨와 이 지사 부인인 김씨가 동일인이 아닌 상황에서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혜경궁 김씨’와 김혜경씨를 동일인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로는 휴대폰 단말기가 꼽힌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글은 2016년 7월 중순까지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작성됐다가 이후 아이폰에서 작성됐다. 이는 이 지사 부인인 김씨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바꾼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김씨와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은 김씨의 소유가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은 네티즌들이 해당 트위터 계정 소유주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성남 분당 거주’, ‘여성’, ‘아들을 군대 보낸’, ‘S대 출신’, ‘음악 전공’ 등의 단서를 취합해 김씨라고 의심하면서 계정주에게 붙인 것이다.



수사결과와 비교할 때 네티즌 수사대가 제기한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올해 4월 8일 전 의원이 자신과 문 대통령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며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트위터 계정주를 고발하면서 시작돼 7개월여 만에 잠정 결론이 났다. 전 의원은 지난 달 고발을 취하했으나 경찰은 지난 6월 판사 출신 이정렬 변호사와 시민 3,000여명이 김씨를 고발한 사건을 계속 수사해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경찰 수사 결과를 강력 비판했다./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캡처


경찰 수사 결과가 공개된 이날 오전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불행한 예측’이 현실이 되었다. 기소의견 송치는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라는 글을 남겼다. 경찰이 이 지사 부인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 근거 없이 정황만으로 이뤄졌다고 비난한 것이다.

이 지사는 “경찰은 정치가 아니라 진실에 접근하는 수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부부를 수사하는 경찰은 정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위터 글을 이유로 6명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때 표적은 정해졌고, 정치플레이와 망신주기로 쏘지 않은 화살은 이미 과녁에 꽂혔다”며 “수사가 아닌 ‘B급 정치’에 골몰하는 경찰에 절망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또 “지록위마,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그저 사슴일 뿐”이라며 “아무리 흔들어도 도정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도정에 충실히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김씨 측 변호인인 나승철 변호사는 경찰 수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특히 트위터 계정에 대한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나 변호사는 “김씨가 사용했다는 ‘khk631000@gmail.com’ 계정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시절 일정 공유를 위해 비서실에서 만들어 사용한 것이고, 비서실 직원 여러 명이 비밀번호를 공유하던 계정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러한 내용은 철저히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08__hkkim’ 계정 소유자는 이 지사와 새벽 1시 2분에 트위터로 이 지사의 고향을 묻는 등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며 “이 시간에 부부가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트위터 계정 소유자가 김씨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수원=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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