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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인가 '동네북'인가...저커버그 리더십 최대 위기

저커버그, 임직원에 "아이폰 사용 말라"

애플의 잇딴 페북 비판에 발끈

쿡 "나라면 페북 상황 안 겪어" 저격

언론도 등 돌려..."공화당 연계사 고용해 여론전"

회사 가치 내리막길...주가 올 들어 35% 추락

직원 사기 저하도..."미래 긍정적" 답변 절반 그쳐

리더십 최대 위기...WP "페북 리더십 부패"

하루 15억명이 접속하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SNS) 페이스북이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1년 전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정치권에서 호되게 질타를 받았던 페이스북이 동종 업계와 언론의 집중 공격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적극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고는 있지만 악재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그의 리더십이 창업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 버지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블로그에서 “팀 쿡은 끊임없이 우리 사업 모델을 비판했고, 마크(저커버그)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직원과 임원들에게 안드로이드(스마트폰)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것이 세계에 가장 널리 퍼진 운영체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저커버그 CEO가 회사 임원들에게 애플 스마트폰인 아이폰 대신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확인한 것이다.

깨진 스마트폰 액정 뒤로 페이스북 로고가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저커버그 CEO가 발끈한 이유는 팀 쿡 애플 CEO가 언론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쿡 CEO는 지난 3월 MSNBC방송과IT 전문매체 리코드와 공동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카라 스위셔 리코드 기자는 페이스북이 수천만명의 개인정보를 도용 당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스캔들을 이야기하면서 쿡 CEO에게 “당신이 저커버그 같은 처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질문했다. 쿡 CEO는 이 질문에 “나라면 그런 상황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우리는 여러분의 사생활을 밀거래하지 않는다. 프라이버시는 우리에게 인권과도 같다. 그건 시민권이다”라며 페이스북을 비판했다.

쿡 CEO의 인터뷰 내용이 전해지면서 저커버그 CEO가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IT 매체들은 저커버그 CEO가 쿡의 발언이 “극도로 입에 발린 말”이라며 저격했고 자사 임원들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설명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월 11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쿡 CEO의 페이스북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데이터보호·프라이버시 커미셔너 국제콘퍼런스(ICDPPC) 기조연설에서도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상업적 무기로 남용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을 포함한 동종업계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매일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여러분이 클릭하는 선호도(좋아요), 친구, 가족, 관계, 대화에 기반해 수십억 달러가 거래된다”면서 “수많은 정보 조각은 그 자체로는 해가 되지 않지만, 치밀하게 조립되고 분석돼서 거래되며 팔려나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여러분의 (소셜미디어) 프로필은 극단적인 콘텐츠, 강화된 확신으로 포장돼 알고리즘을 통해 퍼져나간다”고 강조해 소셜미디어 업계를 저격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까지 페이스북 때리기에 가세했다. 특히 대표 진보매체인 NYT는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오르내리는 저커버그 CEO를 비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NYT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이 지난 2년간 공화당 계열 PR 회사 디파이너스를 통해 반(反) 페이스북 그룹에 대응해왔다고 폭로했다. 페이스북이 경쟁사 애플, 구글에 비판적인 이야기들을 퍼뜨리기 위해 디파이너스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NYT는 공화당 대선 캠프와 밀접한 연계가 있는 디파이너스가 페이스북을 음해하는 그룹에 거물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자금이 들어갔다는 정보를 기자들에게 흘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로스는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페이스북을 맹비난한 인물이다. 해당 보도에 대해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은 NYT 보도 직후 디파이너스와의 계약을 끊었다”며 “보도가 있기 전까지 그 PR 회사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며 적극 해명했다.



페이스북 로고 앞으로 검은 그림자들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페이스북은 지난해 CA 스캔들로 정치권과 이용자들의 질타에 시달리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기업 CA가 2016년 미국 대선 때 수천만 명의 페이스북 개인정보에 접근해 이를 빼돌렸고, 이 정보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돕는 데 이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저커버그 CEO는 미국과 영국 의회 증언대에 서야 했고 회사는 대규모 과징금을 맞았다. 페이스북 주가도 연초 후 35% 떨어진 상태다.

직원들의 사기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페이스북이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회사의 미래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52%에 불과했다. 이는 직전 조사에 비해 무려 3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조사에서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답한 직원은 70%로 전년 조사 때의 87%에서 17%포인트 하락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설문결과에 대해 “언론의 비판, 뒤처진 프라이버시 정책, 성장에 매달리는 사내 문화, 국가 폭력에 일조했다는 외부 지적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2004년 페이스북 창립 이래 저커버그 CEO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가짜 뉴스 플랫폼’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지난 15일 컨퍼런스콜에서 예정시간을 30분 넘겨 해명하고 최근 가짜계정 15억개를 삭제했지만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크 저커버그와 셰릴 샌드버그(최고운영책임자·COO) 체제의 페이스북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부패했다”면서 “NYT의 폭로는 회사 경영진이 놀라울 정도로 어리석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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